[어릴 적에. 39] 나짜꼬 아저씨

By | 2014년 9월 18일

나짜꼬 아저씨 20150225나짜꼬 아저씨는 둔전저수지에 바짝 붙어 있는 집에 산다. 저수지가에 몇집이 있었는데 가장 둑 가까이 있는 집이었다. 그 아저씨는 키가 매우 작았다. 어린 내가 보아도 키가 작은 아저씨였다. 머리는 둥글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나짜꼬 아저씨”라고 불렀다.

어느날 나는 저수지 둑아래의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가죽축구공이 탱자가시에 찔려 한번 터진 이후에 안전한 장소로 그 곳을 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찬 공이 저수지 둑을 타고 올라가 저수지에 빠지고 말았다. 빠르게 공을 따라 달려갔지만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평소에도 바람이 있는 저수지에 그날 따라 심하게 바람이 불었다. 공은 바람을 타고 둑반대편(용장리쪽으로)으로 계속해서 밀려가고 있었다.

발을 동동구르며 울고 있던 나를 본 나짜고 아저씨는 잽싸게 배에 올랐다. 그 때 나짜고 아저씨를 비롯해 몇 분의 배가 저수지에 있었다. 그 배는 조각배인데, 앞이 뾰쪽하지 않은 전체적으로 사각형의 배였다. 노를 열심히 저어갔지만 공은 바람을 타고 용장리 근처까지 갔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곳이다. 그 곳까지 배를 저어서 간 아저씨는 공을 건져서 되돌아 왔다.

감사하다는 인사말 이외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시에 돈으로 보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 뒤로 저수지 둑아래에서는 다시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

그 일 이후에 나는 나짜꼬 아저씨의 이름인 “나짜꼬”의 유래를 알게 되었다.

수년전에 홍수가 났다. 그 홍수 때문에 저수지에 물이 범람하였고, 나짜꼬 아저씨를 비롯한 저수지가에 살던 집들이 물에 잠기었다고 한다. 그 때 사람들은 집에 집기 등을 거두지 못하고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그 때 나짜고 아저씨가, “나짜고, 나짜고”를 반복적으로 소리쳤다. 나짜꼬는 “나 어떻게 할꼬”를 진도사람들이 줄여서 “나 어짜꼬”라고 많이 하는데, 그것마져도 급하게 말을 하니 “나짜꼬”가 된 것이다.

나 어떻게 할것이냐 >> 나 어떻게 할꼬 >>  나 어떡해 = 나 어짜꼬(진도사투리) >> 나짜고… 이렇게 변한 것이다.

자신의 집이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말을 급하게 했던 말이 바로 “나짜꼬”였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나짜꼬 아저씨인 것이다. 그 분의 실명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내겐 큰 재산이었던 가죽축구공(학교에만 있던 가족 축구공)을 건져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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