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잠을 자다가 소변을 누는 야뇨증(유뇨증)이 있었다. 이 야뇨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차츰 좋아졌고, 교복을 입었던 중학교때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초등학교 시절 가끔 사고를 치긴 하였지만 야뇨증은 어릴 때 내 마음에 늘 부담이 되었다. 특히 우리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잘 때면 더욱 그랬다. 따라서 자기전에 꼭 소변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소풍을 갔다왔거나 공을 많이 찼거나 하는 날에는 빨리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이부자리를 젖히곤 했다. 따라서 소풍을 갔다와서 일찍 잠이 들면, 부모님은 잠을 깨워 요강(젊은 세대들은 모를 수도 있다) 위에 앉혀서 소변을 보게 했다.
문제는 요강안에 소변이 가득차 있거나, 또는 뚜껑이 닫혀 있는데도 잠결에 그냥 소변을 봐버리는 경우이다. 이 때는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곤 했다.
2학년때로 기억된다. 여름방학에 할아버지댁에 갔을 때 일이다. 그 동네애 작은 아버지도 사셨기 때문에 그날은 작은 아버지댁에서 잠을 잤다. 낮에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피곤한 하루였다. 꿈속에 소변이 매우 급한 상황에서 화장실을 찾아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 그런 꿈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현실이었다.
조카가 왔다고 그 여름에 솜이불을 깔아주셨는데, 그만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민망하기 그지 없는 그런 날이었다. 아침을 어색한 분위기에서 먹고 나왔지만, 그 뒤로 할아버지댁에 가더라도 꼭 할아버지댁에서만 잠을 잤다.
흥미로운 일은 나의 부모님께서는 이불에 소변을 아들을 단 한번도 야단을 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불에 지도를 그린 날 아침이면 난 어김없이 신고를 했다. “저, 오줌 쌌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