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54] 도깨불치

By | 2014년 9월 19일
사진출처 : 네이버 항공사진 캡쳐

우리마을(노랑점선,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와 장언리가 함께 있다.)에게 간척지 평야를 바라보면 정면으로 보이는 동네가 도깨불치(빨강점선)이다. 도깨불치라는 말 이외에 사람들은 또깨불치라고도 했다. 아마도 경음화현상(일종의 사투리) 때문에 도깨비를 또깨비라고 불렀기 때문일 것이다. “도깨불치“가 가장 많이 불리웠던 이름 같다. 나는 어려서 부터 “도깨비+불치=도깨불치“…로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도깨불치의 원래 이름이 “도깨비불치“일 수도 있다.

밤에 도깨불치를 바라보노라면 몇 집들의 등불이 희미하게 아롱거린다. 밤이 늦으면 불이 꺼진 어두운 동네가 된다. 우리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져(지도상에서 직선거리로 약 1.8km 가량된다) 있기 때문에 밤에는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도깨불치 앞 논(모두 간척지 논들)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불빛들이다.

사람이 불을 들고 걷거나 달리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다. 어두운 밤의 공간에서 보이는 불빛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귀신불이라고 했다. 우리마을과 도깨불치 사이의 공간, 즉 간척지 논들 위에서 보이는 불빛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들이 동시에 보는 것이니 개인적인 환시는 아니다.

다만 어두운 밤에만 보이기 때문에 거리감이 정확하지 않아서 간척지 논들 중간정도인지, 도깨불치 근처인지 불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본 불빛이지만 그 실체는 아무도 모른다. 그 불빛은 때론 그믐밤에도 보이고, 보름달이 떠있을 때도 보인다.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렇게 움직이는 불빛을 본다는 것이다.

어떤 자연현상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확인할 길이 없다.

2 thoughts on “[어릴 적에. 54] 도깨불치

  1. 이현웅

    살면서 몹시궁금했던 외경같은 도깨불치
    상세히 묘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년부터 닉네임을 도깨불치로 해놓고
    지금껏 사용하고 있네요.
    저는 군내중5회 이현웅 입니다.
    진광약방 사장님 얼굴이 지금도 선하네요.
    울 아부지하고도 친분이 있어서 같이 약방에 들르곤 했 답니다.
    진도 하고 광주 를 합해 진광 . 광주에서 오신걸로 어릴적부터 생각했는데.
    형태 후배님도 당시 얼굴이 생각납니다.
    이글을 볼지 모르겠지만 반갑네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반갑습니다.
      저의 선배님이시군요.
      제가 6회이니까요.
      얼굴을 뵈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요.

      진광약방의 ‘진광’은 “진도의 빛”이라는 뜻으로 지으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설명하셨으니까요.
      이렇게 블로그에서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덕분에 이 글을 다시금 읽어보게 되었고
      사진을 한글제목으로 했더니 깨져서 없어졌는데..
      다시 되살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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