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70] 마늘밭 잠자리떼

By | 2014년 9월 22일

여름 하늘에 잠자리가 날으는 모습은 아름다운 광경이고, 나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모습이다. 특히 해질 무렵 석양에 나르는 잠자리들은 더욱 그러하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도 석양이 예쁜 노을이 지는 그런 늦은 오후였다. 그날 따라 잠자리가 많았다.

우리집 뒷쪽 텃밭에는 마늘이 심어져 있었다. 마늘이 내 허리보다 약간 더 자란 그런 상태였다. 잠자리떼를 쫒다가 어느덧 마늘밭까지 들어갔다. 그 때는 해가 기울어 약간 어둑한 상태였다. 마늘밭에 들어간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왜냐면 무서운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아니 그 이후로도 나는 그렇게 많은 잠자리를 본 적이 없다. 마늘대와 잎사귀에 붙어 있는 수천마리, 아니 수만마리의 잠자리떼를 보았다. 한 마늘에 붙어 있는 잠자리만 해도 수십마리씩 붙어 있었다. 당시 나는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다.

사실 많이 놀랐고, 무서웠다. 빨리 도망가지도 못했다. 마늘 사이에서 살금살금 뒷걸음을 쳐서 도망을 나왔다. 도망을 나왔다는 표현이 맞다. 해질 무렵 잠자리떼가 보여준 광경은 무서움이었다. 자연이 주는 경외로움이 아닌 무서움 그 자체였다.

그날 이후에 나는 마늘밭에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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