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76] 최초의 교통사고 목격

By | 2014년 9월 22일

우리가 살던 동네는 정기적으로 읍과 녹진항을 다니는 버스, 갈헐적으로 지나가는 택시, 어쩌다가 보이는 트럭, 그리고 흔히 볼 수 없는 관용지프차가 대부분이었다. 차가 오면 사람들은 길가로 피하였다. 길은 좁고 먼지가 많이 나는 그런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이다.

그런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다는 것은 정말 희귀한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사고가 있었다. 길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멀리서 지프차가 오니 길가로 피하였다. 그런데 우리집 앞집 가게에 사는 평삼(그의 형은 평식이다. 평자 돌림의 형제들이다)가 우리집 앞쪽에 서있다가 그만 자기집으로 내달리고 말았다. 그냥 버스가 지나갈 만큼의 폭밖에 되지 않는 길이었다. 아무리 신작로라고 해도 지금의 2차선 도로보다 훨씬 더 좁은 길이다.

가만히 서 있으면 되었을텐데, 그 차가 조금만 천천히 왔으면 좋았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남긴채 사고가 나고 말았다. 비포장도로, 그것도 아이들이 놀고 있던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에 자의 속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평삼이는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지프차 운전자가 나와서 아이에게 야단을 치려하다가 다리가 부러진 것을 보고 화를 더 이상 내지 못했다.

가게를 보던 평삼이네 아버지가 뛰어나오고 마을은 순간 어수선해졌다. 지프차는 관용차였다. 그 차에 평상와 그의 아버지가 타고 읍내로 갔다. 며칠이 지난 후에 평삼이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석고붕대로 고정을 하고 목발을 짋고 다녔다.

평삼이는 언젠가 “미원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져요”라고 말해서 사람들을 웃겼던 아이였다.

자동차가 논에 빠지거나 가로수를 들이받은 사고를 본 적은 있지만, 사람을 치는 교통사고의 목격은 처음이었고 이 사건은 나로 하여금 차에 대한 무서움을 더욱 크게 갖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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