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밤 그리고 욕심

By | 2014년 10월 6일

퇴근 후 식탁에 보니 아내가 꽃게탕을 준비해 놓았고, 그 옆에 찐 밤이 놓여 있다. 꽃게탕을 데우는 사이에 찐 밤을 한 개 먹어본다. 톱날처럼 생긴 칼로 밤을 식탁위에서 두 개로 쪼갠 후에 찻숱갈로 파서 먹는다. 맛이 있다. 또 하나를 쪼갠 후에 다시 먹는다.

그 사이에 꽃게탕이 끓었다. 미리 준비해 둔 파가 잘게 썰어진 큰 국그릇에 절반으로 잘라놓은 꽃게와 국물을 붓는다. 꽃게탕이다. 가스렌지위에 올려진 압력밥솥에서 쌀밥을 공기그릇에 담는다. 평소보다 약간 적게 떠온다. 왜냐면 식사후에 후식으로 밤을 먹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꽃게탕을 후딱 해치운다. 잘 씹지도 못할 뿐 아니라 나는 탕종류를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후에 본격적으로 밤을 먹기 시작한다. 항상 저녁을 조금 먹는 나로선 ‘밤을 조금만 먹어야지’라고 생각한다.

밤을 칼로 두 개로 쪼갠다. 먹음직스럽다. 칼로 잘라서 두 개로 쪼개는 순간 밤의 맛이 짐작된다. 찻숱갈을 찔러서 뜨려고 할 때 물기가 없이 가루가 많이 나오는 밤이 대체적으로 맛이 있다. 밤가루가 마구 식탁위에 떨어진다. 주방바닥에는 떨어뜨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찻숱갈로 떠서 입에 넣을 때 가루가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먹고나니 더 먹고 싶다. 맛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배가 불룩한 밤을 선택한다. 칼로 자른다. ‘어, 물기가 많네’라는 생각한다. 역시나 맛이 없다. 다시 배가 홀쭉한 삼각형 밤을 집어 든다. 자른다. 그런대로 맛이 있다. ‘맛있네’하면서 다시 밤을 집어 든다. 이번에 배가 더 빵빵한 밤이다.

자를 때 뭔가 걸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잘린 밤에는 격벽(septum)이 존재한다. 이게 한쪽에 남으니, 그 쪽을 먹으려면 수저로 그것을 제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런 밤은 대체로 맛이 있다.

이렇게 맛있는 밤을 먹고 나면 ‘하나만 더 먹고 그만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맛이 없는 밤이 나오면 ‘하나만 더 먹자, 마지막으로 맛있는 밤이 걸리겠지?’라고 밤을 절반으로 자른다. 그리고 예상대로 맛있는 밤이 걸린다. 그러면 생각이 바뀐다. ‘하나만 더 먹자’라고. 이렇게 하다보니 벌써 15개가 넘는 밤을 먹어 버렸다.

그렇게 먹고 나니 후회가 몰려온다. 오늘 새벽에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가슴통증’으로 고생했는데, 벌써 그것을 까먹고 이렇게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욕심은 그렇게 ‘하나만 더…’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라고 스스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함에서 비롯한다.

연약한 인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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