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낙엽을 보며, 2014년 가을에

By | 2014년 11월 2일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 주공 3단지 길을 걷다가 떨어진 낙엽을 본다. 낙엽들은 경계석을 중심으로 안과 밖으로 떨어져 있다. 순간 ‘아~ 경계석 밖의 낙엽들은 보도블럭위에 떨어져 사람의 발에 밟히거나 쓸어 버리지게 되는구나! 경계석안에 떨어진 낙엽들은 나무 주변에서 자신의 나무에 영향을 공급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어본다.

그런데 렌즈를 통해 낙업을 보면서 다시 이런 생각이 든다. ‘꼭 그게 아니구나!’라고 말이다. 여름내내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해서 나무를 이롭게 했던 잎사귀들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들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동안에 그들의 본래의 기능은 충실하게 한 셈이다. 따라서 경계석의 바깥에 떨어지던지, 안쪽에 떨어지던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경계석의 안쪽에 떨어진 낙엽들이 꼭 나무만 이롭게 할까? 나무 주변에 사는 곤충들에게도 이로움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나는 잡초들에게도 영양분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경계석 바깥에 떨어진 낙엽들의 운명은 꼭 불행(?)한 것인가?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나무 주변에 떨어진 낙엽보다는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먼저 보고 가을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길에 떨어진 낙엽을 본 후에 나무에 달린 잎이나 나무 주변에 떨어진 낙엽을 볼지도 모른다.

길에 떨어진 낙엽이 더 불쌍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을의 감성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길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부러 밟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을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이 그런 것은 아닐까? 나무에 붙어 있을 때에는 나무에 이롭게 열심히 일을 하고, 또 떨어져서는 어디에 떨어지던지 상관이 없이 인간과 자연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 바로 나뭇잎의 운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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