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누수

By | 2015년 2월 22일

어제 이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고. 약 5년 전에 윗층에서 물이 새서 우리집에도 물이 샌 적이 있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3년전 보일러에서 물이 넘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어서 보일러실부터 확인했는데, 보일러실은 아니었다. 누수공사회사를 찾았다. 가장 규모가 큰 업체는 월요일에 와서 해준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몇군데 업체를 찾았는데 한 업체에서 일을 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업체직원 한명이 먼저 와서 짐작되는 방바닥을 깨트렸는데 잘못 짚었다. 그리고 기계가 도착했다. 공기를 넣고 공기가 새는 곳을 찾는 매우 간단한 원리의 기계이지만 그것 설치부터 위치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 24년이나 된 이 아파트의 구조상 배관이 깊에 묻혀 있어서 바람새는 소리로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기계를 들고온 직원이 아마도 누수를 찾는데는 노하우가 있는 듯 하다.

거실에서 안방과 화장실을 들어가는 곳에서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단다. 헤드폰을 벗고 귀를 직접 바닥에 대고 듣더니 한 곳을 지목한다. 거기가 가장 크게들린다고. 그러나 먼저왔던 직원은 그곳으로 배관이 잘 가지 않는 곳이라고 의견을 내놓는다. 주로 배관이 꺽이는 곳이나 T자형으로 이어지는 부위에서 새어나오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하면서. 그러나 기계를 들고왔던 직원은 장판을 들어내고 바로 망치질을 한다.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시멘트가 매우 강하게 지어진 아파트라 쉽게 콩크리트가 깨지지 않는다. 겨우 8cm 깊이로 들어가자 배관이 보인다. 20x50cm 가량의 구멍을 파내니 구리관이 보이고 거기에 누수되는 곳이 보인다.

명절 전날부터 누수가 보였었는데 설명절 전날(내가 잠시 시골에 간 날) 집에 올라와서 벨을 누르고 응답이 없자 아래층도 설을 쇠러 다른 곳에 다녀왔다가 물이 많이 새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무튼 원인이 되었던 곳을 찾았고, 그 부위를 잘라내고 다시 잇는 작업을 한 후 다시 파낸 곳에 시멘트를 발랐다. 작은 방과 거실 두 군데 공사를 했는데, 거실에는 작은 방에서 나온 집기들이 쌓여있다. 바닥이 어느정도 말라야 원래대로 해 놓을텐데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밤 늦게까지 계단(계단까지 물이 흘러갔음)의 상태를 보고, 또 수도계량기를 들여다 보는 일을 반복했다. 이 글을 쓰는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계량기와 계단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물이 멈춘 듯 하다. 아래층에 벨을 눌러서 확인해 보고 싶은데 아침일찍 그럴 수도 없다. 며칠간은 물이 계속 흐를 것이고, 그것이 다 마른 후에 상태를 보고 필요하다면 일부 천장의 도배를 해 주어야 할 듯 하다. 어제 공사한 업체에는 이미 송금을 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사는 일이 만만치 않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다. 이 정도에서 그쳤다는 것이 감사하고, 또 세상의 물질에 대한 욕심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감사할 따름이다. 유한한 인생의 시간속에서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에 대하여 생각해 보니 더욱 감사하다. 부질없는 세상의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영원한 천국소망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게 되니 그것 또한 감사할 뿐이다.

[뒷이야기] 아랫집의 물기가 있던 천장은 잘 말라서 문제가 없어보인다.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