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밥먹기

By | 2015년 5월 13일

교수와 학생 사이에는 벽이 존재한다.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벽도 있지만, 세대차이에 따른 벽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생들과 가능한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학생들과의 대화가 가장 쉬운 것은 밥을 먹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대차이로 생기는 벽을 허물 수는 없다. 단지 그 세대를 이해하는 노력이다. 우리 세대를 이해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내 입장에서 다음 세대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기 위한 노력이다.

오늘은 우석대 작업치료학과 강의가 끝나고 세 명의 학생과 식사를 했다. 강의동에서 가까이 있는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제육덮밥이 맵긴 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식사후에는 본관건물(호남고속도를 달리면 높이 보이는 바로 그 건물) 1층에 있는 커피숍(Grazie)에서 블르베리 스무디를 주문했다. 제육덮밥으로 매운 입안이 달달한 스무디로 중화(?)를 시켰다.

오늘 식사를 함께 한 학생들은 이번 중간고사에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이다. 나는 간혹 그렇게 한다. 시험을 잘 보았거나, 수업시간에 대답을 잘 했거나, 아니면 앞자리에 착실하게 앉아서 수업을 받으면 밥을 산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학생들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학생들과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사실 작업치료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신경해부학은 수업목표와 방향설정을 잘 해야 한다. 중간고사를 보면서 ‘내가 방향설정을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계속 가졌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대화가 필요한 셈이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정도 해답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수업적 측면 이외에 세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학생들과의 만남이다.

의전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도학생들과이 만남 이외에도 학생들과 자주 만나려는 노력을 한다. 이런 노력은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곱지 않은 시각(이것도 좀 우습긴 한데, 다 자신들의 입장에 판단하는)도 존재한다. 그런 이유로 한동안 학생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런 시간을 거친 후 내린 결론은 교수는 계속 학생들과의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사실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다음세대를 이해하는 작은 노력일 뿐이다. 왜냐면 이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닌 다음세대이기 때문이다.

2 thoughts on “학생들과 밥먹기

  1. 김은영

    좋은 부모 밑에 좋은 자녀
    좋은 스승 아래 좋은 제자가 있습니다.
    소신 있는 교수님의 모습이 저는 좋습니다.
    어젠 스승의 날 이었죠?
    기억되는 스승으로 남으실 것 입니다.
    >> 케이프타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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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해마다 반복되는 날이지만…
      사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입장에선…
      분명히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돈 걷어서 모든 교수들에게 꽃다발을 하는…
      이상한 전통(?)은 하지 말자는 것이 저의 의도입니다.
      그저 문자 한통이 더 감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선 전 계속 똥고집을 피울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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