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오랫만에 아내와 한옥마을에 갔다. 그냥 걷고 싶었다. 전주에 20년 사는 동안 한옥마을 가본 것이 손에 꼽을 만하고, 그것도 모두 최근의 일이다. 오늘 오후는 그렇게 걷고 싶었다. 방학이고 주말이라 그런지 무더운 날씨속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전주한옥마을 찾는다. 유명 식당마다, 유명 가게마다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장사가 전혀 안되는 곳도 많다.
오목대 옆 대로 갓쪽으로 만들어 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한옥마을 주변의 대로의 가장 갓쪽길에 유료주차장을 운영 중이다). 그곳에서 약간의 내리막길을 거쳐 바로 천변을 타고 가면 “전주향교(全州鄕校)”가 나온다. 전주향교는 다른 지역에 있는 향교와 마찬가지로 유생들이 공부하던 교육기관이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지난 가을에 그곳에 처음 갔을 때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곳이다. 한 달전에 “의학교육평가원” 교수님들이 전주에서 회의가 있었을 때 회의 후에 이 곳에 들린 적이 있다. 오늘 아내와 다시 향교를 찾았다. 지난 번 왔을 때 “의과대학을 이 곳으로 옮겨야 돼!”라는 말을 다시금 반복했다. 향교는 그런 느낌을 준다. 조선을 빛낸 수많은 유생들이 공부하던 바로 그곳이다.
향교에 가면 가장 안쪽 건물에는 잠시 앉아 쉴 만한 곳들이 있다. 그냥 앉아서 무더위속에 살짝 살갗에 부딪혀오는 바람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이곳에서 공부를 하며 토론을 하며 국가의 미래를 생각했을 유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향교를 둘러 본 후에 경기전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오늘은 “향교”와 “경기전(慶基殿)”만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기전은 몇년전 ‘어진박물관’을 새롭게 지어 바깥에 노출되어 있던 어진들을 박물관 안으로 옮기었다. 정취는 없어졌지만 박물관에서 잘 보관하는 것이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다.
경기전에의 담벼락 위로 보이는 “전동성당“은 정말 아름답다. 경기전은 어진만 보는 곳은 아니다. 지금의 모습은 옛모습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복원된 건물들이지만 넓은 경기전안을 걸으면서 옛선조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 만큼 중요해 보인다.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아내와 한옥마을을 걸을 생각이다. 아내가 이야기한다. “내 발로, 내 힘으로 걸을 수 있을 때 한옥마을을 많이 걷고 싶다”고. 그렇다. 나는 가까이 살면서도 늘 외면해왔던(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옥마을이 아니었던가!
오늘도 주차비 3천5백원, 고로케(감자고로케+부추야채고로케) 4천원, 경기전 입장료 1천원(전주시민은 1천원이고, 일반 관광객들은 3천원)씩 2천원…. 모두 9천 5백원에 아내와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다.
다음엔 좀 더 한적한 곳을 걷고 싶다. 이런 골목을….
전주는 이런 공간이 살아 있어 사랑스러운 도시입니다.
조금 불편해도 그대로 지키고 제발 ‘개발’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더 좋구요.
마지막 사진, 골목길에 벽돌들을 이어 만든 길이 이쁩니다.
>> 케이프타운에서
네, 이런 도시를 그동안 모르고 살아온 셈입니다.
이제라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좋습니다.
전주를 더 누리고 싶어졌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그리고 맛 좋은 음식이 있잖아요.
>> 케이프타운에서
전주 음식의 맛은…
“단백함”인 것 같습니다.
전라도에서도 남도의 음식은 전체적으로 걸죽한 편이고…
전주의 음식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그 중심에 있는 듯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담백한 맛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