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에 휘발류를 넣다

By | 2015년 8월 22일

아내의 차는 작고 귀여운 푸조 208이다. 이 차량은 소형 해치백이고, 디젤차량이다. 1만km까지 평균연비는 무려 20.0km/L이다. 연비가 좋아서 나도 주말이면 이 차를 사용한다. 내 차량은 SUV인데, 휘발류 차량이다. 연비가 이 차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SUV휘발류 차량치고는 연비가 엄청 좋은 편에 속하지만 208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젯밤에 이 차량을 몰고 나갔다. 이유는 기름을 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기름이 떨어져서 넣으려고 한게 아니다. M포인트로만 결제된다는 GS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M포인트만으로 결제가 되는데 말도 안되게 싸게 넣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러 갔었다. 그런데 그만 휘발류를 넣고 만 것이다. 내가 직접 넣었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원래 기름이 절반 이상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1만원어치만 넣었다. 정확하게 6.7L였다. 그렇게 기름을 넣고 2km쯤 달렸다. 그리고 갑가지 생각이 났다. 내가 디젤을 넣은게 아니라 휘발류를 넣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바로 차를 돌려서 가까운 주유소로 갔다. 차는 별 이상없이(떨림이나 소음 등이 없었다는 뜻) 달리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자동차학과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센터에 차를 맡기라고 권유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보고 있던 주유소 사장은 “걱정하지 마라. 그정도 섞여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내가 보증한다. 기름을 마저 채워서 더 희석하면 된다”라고 제안한다. 기름은 더 넣었다. 12L 가량이 더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렉카가 도착했다. 주유소에 차를 세운 후에 보험사를 통해서 렉카를 불렀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디젤에 휘발류를 혼유(混油 , 실제 사전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단어임)를 했고, 그 량은 전체 기름의 1/4정도 되고, 3km를 달렸고, 달리는 중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고, 다시 기름을 더 넣어서 실제 혼유액은 1/6~1/7정도된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차는 렉카에 실려 센터로 들어갔다. 밤중이라 숙직하는 직원에게 인계를 했다. 비가 오는 밤에 집에서 나와서 나를 실어다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OO교수께 감사의 말을 남긴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많은 글들이 있다. “이래야 한다”라던가… “어쨌다…”라던가 하는 수많은 글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게 좋을 듯 싶었다. 실제로 전문가가 쓴 글은 없고, 주로 주유원의 사고와 관련한 글들이 대부분이고, 과도한 후처리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을 신뢰하고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날 오전, “연료탱크의 연료모두 배출, 연료파이프의 연료모두 배출, 세정하면 될 것 같네요”, “11시 30분쯤 마무리 됩니다. 연료포함하여 122,960원입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수리과정 중 사진(아래)도 함께 말이다. 푸조 전주대리점은 자신들의 정비센터를 갖고 있지 않고 협력업체인 “코리아모터스”에서 정비와 수리를 한다. 많이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말도 안되는 실수를 했지만,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되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연료통과 연료파이프 세척과 연료필터 정도 교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료필터교환까지는 필요없다고 센터에서 판단한 것 같다. 인터넷에 뒤져보면 수많은 글들이 나온다. 대부분 주유소의 주유원의 실수이기 때문에 과도한 반응(차주로서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들이 나온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수리를 한다면 그렇게까지 야단법썩을 떨 이유가 없는 셈이다. 주행을 많이 했거나, 잘못넣은 기름의 량이 너무 많거나(빈 탱크에 휘발류를 가득채운 경우)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대처한다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의 차량에 사고를 친 남편을 향해 어떠한 불평이나 불만을 말하지 않은 아내가 정말 고마울 뿐이다. 아참, 한마디했다. “헐~!”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말수가 확연하게 줄어든 남편에게 “우리 신랑이 말수가 줄었어”라고 말한 것 이외에는 어떤 말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속상해하지도 않았다.

어제 오후에 서울에서 회의가 끝난 후 밤에 도착하여 차량을 찾아 왔다. 아무런 이상없이 잘 달린다.

4 thoughts on “디젤차에 휘발류를 넣다

  1. 김은영

    디젤차를 한번도 가져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상황이 전개 되는지 상상이 되질 않네요. 여기서 그 정도 사고치시면 비용 장난 아닙니다.
    시간도 며칠 잡아야 하구요.
    그런데 디젤과 휘발유 차량 주유구 크기가 다르지 않나요?
    >> 케이프타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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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네, 말씀하신대로 주유구 사이즈가 다릅니다.
      그런데 자동차 기준으로 디젤차의 구멍이 더작고 휘발류차는 더 큽니다.
      당연히 주유구의 사이즈로 디젤이 크고 휘발류는 작습니다.
      따라서 휘발류차에 디젤을 넣기는 쉽지 않지만…
      디젤차에 휘발류 넣는 것은 순식간에 들어가 버리죠.

      간혹 휘발류차에 디젤주유구를 꾸역꾸역…집어 넣어서…
      혼유사고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주유소 사장말로는.
      넣기도 힘든데…말이죠.
      그 직원이 그런 답니다.

      “어쩐지 잘 안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쑤셔 넣었어요”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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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기연

    교수님 고생하셨네요 ^^
    차가 나쁜거 먹고 탈날뻔 했지만
    나쁜일들을 통해 또 다른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된것 같네요
    화이팅요^^

    야구하는 깨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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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페에서 댓글 봤는데…여기에도 남겨 주셨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카페에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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