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대학교 채플 특강 준비 중이다.

By | 2015년 9월 1일

얼마전 바울교회 부속실 목사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예수대학교 채플 시간에 와서 30분짜리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자리이지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바로 그날 오전에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주제는 “흔적기관 들여다보기“이다. 이것을 주제로 정한 이유는 예수대학교에서 정한 강연의 주제를 “창조적 관점에서 본 인체의 신비“였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주제도 괜찮다고 하였지만, 자유주제는 다른 분들도 강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해부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내 입장에서 “흔적기관 들여다보기”로 주제를 정한 것이다.

흔적기관(vestigeal organs)은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는 ‘퇴화기관(退化器官, rudimentary organs)’이다. 나는 그 중에서 막창자꼬리(충수돌기, appendix)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송과샘, 반월주름, 귀근육, 사랑니, 편도, 가슴샘, 젖꼭지, 막창자꼬리, 꼬리뼈 등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는 이 기관들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흔적기관이나 퇴화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나는 막창자꼬리를 이야기 할 예정이다(나의 석사논문 주제이기도 하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발표자료를 만들고 생각이 날 때 마다 조금씩 수정해 왔다. 전체적인 강연내용과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지만 내 강연을 듣는 학생들에 좀 더 흥미로운 접근을 하기 위하여 조금씩 수정을 해왔다. 오늘 거의 마무리를 하였다. 특별히 더 이상 고치지 않으려고 한다.

막창자꼬리는 위장관의 면역체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직도 밝혀지고 있는 과정이긴 하지만, 막창자꼬리(충수돌기)는 림프절과 관련한 면역기능에서 위장관내에 들어온 항원을 인식하고 이를 면역계통 세포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돌창자(회장)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파이어반(Peyer’s patch)를 둘러싸고 있는 상피를 FAE(Follicle Associated Epithelium)이라고하며, 그 상피를 구성하는 세포들 중에 소수의 M세포(microfold cell)가 그 역할을 하는데, 막창자꼬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막창자꼬리는 또한 큰창자에서 필요한 정상 세균군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들이 최근에 속속히 밝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기관이 결코 퇴화기관이 아님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기능을 모른다고 필요없는 흔적기관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몸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강연의 마지막은 Best Friend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양명희 교수”와 “송종도 목사”의 이야기이다. 이들이 내 삶에 미쳤던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그들의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지금도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나의 좋은 친구들이다(내 자신은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아닐 수도 있다). 그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다. 300여명의 학생들이 모인다고 한다. 그들 중 몇%의 학생이 신앙이 있는지 잘 알 수는 없으나 절반 이상은 신앙이 없는 학생들일 가능성이 높다. 신앙이 있거나 없거나 그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신앙이 있는 학생들에겐 “나는 여러분이 이런 자리에서 나에게 이런 좋은 친구가 있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친구 중에 누군가가 이런 자리에서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친구들에겐 “여러분 친구들 중에 여러분에게 전도를 하는 친구가 있다면, 전도를 하는 친구의 삶이 아닌 전도의 내용의 중심에 있는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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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15년 9월 16일

강의는 25분 가량 진행되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는 덜 만족스러운 강연이었다. 처음 세팅할 때 잘 안되어서 당황한 부분도 영향이 있었고, 사실 몸이 좋지 못한 상황이 나의 강의의 가장 큰 적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에 비하여 덜 만족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자리에서 젊은 학생들과 이런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다.

조교인지 학생인지 모르지만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그 중 나름대로 잘(?) 나온 사진 한장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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