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한옥마을 걷기 2

By | 2015년 9월 1일

베테랑 칼국수

지난번 쓴 “아내와 한옥마을 걷기“에 이은 두번째 글이다.

퇴근할 무렵 전주는 천둥과 번개, 그리고 먹구름에 이은 비가 내렸다.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천둥소리는 오랫만에 크게 들렸다. 오늘은 아내가 모처럼 저녁 수업이 없는 날(1년에 한두번)이다. 며칠전부터 오늘 저녁에는 한옥마을 베테랑에 가서 칼국수를 먹고, 한옥마을을 걷기로 되어 있었다.

집을 나서는데 비가 멈추고 있었다. 전동성당 앞을 지나 한옥마을로 들어서는데 기분이 묘하다. 운전을 하고 한옥마을 안으로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했기 때문이다. 늘 한옥마을은 걸어서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차를 가지고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베테랑에 들러 칼국수를 두 개 시켰다. 음식이 나오면서 계산을 해야 하는 선불제도이다. 주문할 때 지불하는 것이 아닌 음식이 나올 때 지불한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물컵이 제대로 건조되지 못한 채 손님 앞에 내놓는 것과 수저통에 숫가락과는 반대로 젓가락이 반대로 꼽혀 있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베테랑 칼국수는 칼국수는 아니다. 그냥 기계에서 빼낸 국수이다. 15년만에 와서 먹어보는 것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전엔 칼국수였던 것 같다. 베테랑이 유명해져서 서울의 인사동과 센트럴시티(고속버스터미널)에도 지점이 있을 정도이다. 너무 오랫만에 갔는데 건물이 조금은 달라져있다. 새롭게 지은 것은 아니고 이곳저곳을 손을 본 듯 하다. 칼국수 맛은 잘 모르겠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맛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 입에는 짜다. 그리고 맛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칼국수는 한옥마을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성지 같은 곳이다.

칼국수를 먹은 후 다시 어색한 모습으로 한옥마을 서쪽 끝 골목에 차를 주차했다. 평일이라 주차할 곳이 조금은 남아 있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운동을 위한 걷기가 아니라 그냥 삶을 누리는 산보 정도의 걷기였다. 원래 생각했던 대로 경기전의 서쪽을 중심으로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도중에 내일 아침에 먹을 백미소부로빵과 백미단팥빵도 샀다.

말을 아끼고, 아이폰으로 사진을 남겨 본다. 굳이 내가 말로 한옥마을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가 없는 듯 하다. 한옥마을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그냥 눈과 몸으로 느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 thoughts on “아내와 한옥마을 걷기 2

  1. 김은영

    옛 추억과 재미가 있는 공간이네요.
    요즈음 아이들이 이곳에 서면 무슨 감정이 들까요?
    ‘꽃을 꺾지 마세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저렇게’하지 마세요’는 이젠 제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램.
    좋은 시간 되셨네요.
    >> 케이프타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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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네… 사람들의 추억을 파는 곳들이 조금 있습니다.
      나름대로 새로운 아이템들을 찾느라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가게들이 형성되어 있지만….
      우리 문화가 워낙 쏠림의 문화라…..
      몇몇 가게로 치우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대여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을 보면…. 조금은 위안이 되곤 합니다.

      전체적으로 아직도 성숙함이 부족한 여행문화이지만…
      점차 좋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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