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의 해부학 수업

By | 2015-09-24

의과대학 교수들이 간호학과의 일부 과목들을 강의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기초의학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부학도 마찬가지이다. 수년전에 강의를 끝으로 간호학과 강의를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해부학교실의 교수 서너명이 범위를 정해서 강의를 했다. 담당교수는 정해져 있었지만, 수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몇몇 교수가 범위를 나누어서 강의를 해왔었다. 그러다가 몇년전부터는 담당교수 혼자서 강의를 맡기로 했다. 간호학과 뿐만 아니라 일부 다른 학과에서도 해부학 강의가 있었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 명의 교수가 일관성있게 강의해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있었던 간호학과 인증평가에서 100여명의 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것이 지적사항이었고, 하는 수 없이 대학차원에서 간호학과 수업을 분반을 하여 진행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년간 간호학과 해부학 수업을 진행했던 S교수와 내가 동시에 강의를 맡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간호학과 해부학 수업을 해서 내가 얻는 것은 전혀 없다. 몸이 힘들 뿐이다. 그나마 얻는 것이 있다면 의대캠퍼스안에서 인사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맡은 이유는 어떤 의무감에서 비롯되었다.

강의를 맡기로 한 날 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방향성이 정해졌다. “갈굼”과 “잔소리”이다. 나는 간호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병원에서 간호사로만 일하는 것을 반대한다. 간호학을 전공한 후에 할 수 있는 수많은 일 중에서 대부분 병원의 간호사 이외는 별로 생각을 하지 못한다. 획일화된 삶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나는 인체의 기본구조를 가르치는 해부학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나는대로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해댈 것이다.

나는 첫 수업시간에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잭슨빌 대학의 간호학과에 올라온 “간호사가 되려는 101가지 이유“와, 인도의 간디간호대학에서 보여주는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아직 1학년인 간호학과의 학생들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그들이 단순히 병원안을 맴도는 그런 간호사로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직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대부분의 간호학과 학생들은 임상현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든 간호학과 학생들이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많은 사람들과 다른 삶의 위치에 가 있게 된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수업태도에 대하여 세가지를 부탁했다. “첫째는, 질문하는데 주저하지 마라. 수업 중이나 쉬는 시간에 언제든지 궁금한 것은 질문하라. 둘째는, 무조건 따라서 하라. 새로운 용어들이니 익숙해질 때까지 따라하면서 암기하라. 세째로, 절대로 미루지 말라. 배운 것을 바로바로 반복함으로서 기억을 많이 하게 하라.” 이렇게 세가지를 부탁했다. 이것을 지키던지 아니던지 이제 학생들에게 그 몫은 달려 있는 셈이다.

나는 성의를 다하고, 열정을 가지고 강의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번(3시간짜리 수업이다)를 강의했다. 학생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다. 그들이 대학에 들어와 한 학기 동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 지나간 시간들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현재와 미래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들이다. 그들이 해부학을 열심히 배워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간호사라는 면허증에는 그들이 인체의 구조와 기능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사회적 책무성 때문이다.

해부학을 잘 모른다고 좋은 간호사가 못된다는 것은 아니다. 해부학을 더 잘 알면, 더 좋은 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실 의대생이던지 간호대학생이던지 간에 해부학을 잘 하는 학생이 임상과목도 잘 한다. 그것은 30년 가까이 대학에 있으면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해부학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과목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인체해부학에 대한 지식이 자신의 것이 된다면, 나중에 배우는 많은 과목의 학습에 크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제가 학생들에게 훈계를 할만큼 성숙하다거나 뛰어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삶을 나누자는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능력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우리의 인생 본질을 고민하고 삶의 방향들을 제대로 가져보자는 뜻이다. 교수와 학생 관계도 상하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부학을 가르치지만 학생들 중에는 나보다 능력이 더 뛰어난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2 thoughts on “간호학과의 해부학 수업

  1. 김은영

    학창때 선생님의 따끔한 한마디와 스스로 보여 주셨던 행동들은 지금도 기억에 선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그런 큰 그림을 보여 주려 하셨던 그 분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질문하라, 질문하라’ 이 한마디에 모든것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 케이프타운에서

    1. 김형태 Post author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타향에서 맞이하는 추석명절이라…
      감회가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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