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보다 만화책을…

By | 2015년 12월 12일

만화에 대한 만화책을 보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만화 한 컷 한 컷에 주요내용을 담고 컷과 컷 사이의 짧은 간격안에 우리는 줄거리를 이어간다. 그것이 만화이다. 그것을 다 채워버린 것이 만화영화,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만화의 컷과 컷 사이에 공백이 있다. 화에서의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은 “생략”이다. 그 “생략의 공백”은 작가의 몫이 아닌 독자인 우리 자신의 몫이다. 그 몫은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작가의 이야기에 더해진지는 공간이다. 만화영화는 그 공간을 없앰으로써 그 사이를 채워가는 재미와 능력을 상실시킨다. 따라서 처음 애니메이션이 나왔을 때 일부 사람들은 이런 애니메이션의 단점에 대하여 이야기 하곤 했다.

만화를 보면서 요즈음 나의 기억력 문제(노화현상의 일종이라고 여겨지는)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여태 내 삶의 기억들을 애니메이션처럼 모든 이어진 기억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것도 방대한 기억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만화책과 같은 기억을 해야 할 때가 온 듯 하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엔 한계가 있다. 주요 이벤트들을 만화의 컷에 그려넣듯이 나의 의식속에 기억하고, 그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에 이어진 공간은 무의식의 세계로 보내야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삶의 시간들을 글로 남겨두어 다시 불러들여 기억하는 것도 내 삶의 기억들을 단순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요즈음 내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1996년에 그린 서당풍경 (박수동만화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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