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남편의 존댓말

By | 2012년 6월 19일

아내와 저는 서로 높임말(경어, 敬語, 존댓말, honorific)을 쓴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일이 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년간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산 적 있었다. 거기에 조그마한 한인가게가 있었다. 한인의 수가 적으니 가게가 정말 작았다. 거기 사장님과 사모님이 참 친절하신 분이었는데, 그 분께서 어느 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수님은 핼리팩스에서 부인에게 존대말 쓰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사람입니다” 라고.

순간, 존댓말을 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 인식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특이하게 보이는지는 몰랐다. 물론 10여년 전인 그 당시에 주변사람들이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좋아했다. 특히 연구원들은 그 모습이 좋게 보였었던 것 같았다.

조금전에 다시 읽어 보았다. ㅋㅋ 당시에 그런 글을 썼다니 신기하다. 물론 문자를 보내면서까지 높임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간단한 SNS식 표현을 쓰더라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어제 출근하면서 연구실에서 사용하려고 스피커 한ㅜ조를 들고 나왔다. 아내는 스피커를 중고로 팔려고 가져가는 것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마침 아침 일찍 뮤지컬 예매를 했는데, 그것과 맞물려서 생각했던지 문자를 보냈고, 우리 부부는 문자를 주고 받았다. ㅋㅋ

높임말 뿐만 아니라 늘 인격적으로 아내를 존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남편으로 아내는 늘 귀한 존재이다. 25년간 보아왔던 아내의 성숙한 인격은 늘 남편인 나를 감동시키고 있다. 비단 말 뿐만 아니라 마음과 행동에서도 늘 존중의 삶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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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살 때 적은 글이다.

2003년 1월에 쓴 글 / HalifaxMail.com

One thought on “아내와 남편의 존댓말

  1. 노혜미

    선생님의 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남편에게 완전한 존댓말을 쓴 지 근 8개월이 지나가는데, 울 남편은 여전히 저에게 편하게 반말을 합니다…
    저는 이제 남편에게 존댓말을 하는게 편한데 주변에선 이상하게 들리나봐요.
    울 형부만 해도 한사람은 존댓말을 하는데, 다른 사람은 반말을 하니 이상하다고 하더라구요..
    울 남편도 선생님처럼 존댓말을 써줄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사랑하렵니다..^^
    참,,울 남편이 그렇다고 절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는건 아니랍니다..
    가끔씩 편하게 내뱉는 반말이 귀에 거슬리기에 조금 변했으면 하는 아내의 바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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