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에 사는 어느 노예의 고백

By | 2016년 7월 18일

“A Centurion’s Plea” from Clay Illustrations by Georgia Cawley

이 이야기는 마태복음 8장 5~13절의 내용(누가복음 7장 1~10절)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1인칭 시점의 독백글로 각색한 것입니다.


저는 가버나움이라는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버나움은 근처에 있는 여러 도시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상인들도 많고, 사람들도 북적이고, 또 군대도 많이 있답니다. 저는 평민이 아니고 부잣집에 일하는 하인입니다. 제 주인은 백부장이죠. 군대를 이끌고 있는 장군입니다. 그런데 주인님은 다른 백부장들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매우 자상한 분입니다. 가족들 뿐만 아니라 그의 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너그러운 분입니다. 저같은 천한 노예에게도 말입니다. 물론 부하군인들에겐 매우 무섭게 명령하기도 하죠. 그의 집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따르며 존경합니다. 그는 유대인은 아니지만 마을에 회당도 지었습니다. 따라서 마을사람들도 저희 주인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저는 중풍으로 쓰러졌습니다. 주인은 의원을 불러 저를 치료하게 했습니다만 도무지 차도가 없었습니다.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어서 그저 누워 있었습니다. 주인은 다른 의원도 불러오고, 좋다는 약재들은 모조리 사다가 먹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는 예수에 대한 소문이 계속 나돌았습니다. 예수라는 사람을 통해서 사람들의 병이 낫고 있다는 소문이었죠. 왕에게 술을 만들어서 진상하는 왕의 신하의 아들도 살아났다고 하고, 또 회당에서 귀신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예수께서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명령하니 그 사람이 심한 경련을 하고 그 때 그 몸에서 귀신이 나오는 것을 본 사람들이 놀라서 이런 이야기들을 동네에 하고 다니죠. 또한 저처럼 중풍에 걸린 젊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친구들이 그를 메고 가서 지붕을 뜯고 예수에게 보여주었더니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신기한 일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저도 들었습니다.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들을 수는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예수가 최근에 가버나움에서 가까운 갈릴리호수 근처에서 설교를 계속하고 계신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듣고 놀라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수군대곤 합니다. 이해되는 말씀도 많지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도 많이 한다고 하네요.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더 귀를 귀울이고 듣고자 그 곳에 몰려 갔다고 하네요. 일부 제사장들은 그가 이상한 이야기를 퍼뜨리며 다닌다고 말한다고 하구요. 이번에 갈릴리 호수 근처에서는 예수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백부장의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해요. 사람들은 예수의 발언에 대하여 여러가지 의견들을 내놓곤 하죠.  그의 말 중에서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거나, 의를 위해 핍박받는 것이 복이 있다거나,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주인님이 예수를 만나겠다고 몇몇 하인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주인님도 예수가 병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를 데리고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예수를 만나러 갔어요. 얼마 전에 저처럼 중풍으로 쓰러진 젊은 친구는 그의 친구들이 들 것에 메고 예수에게 직접 데려갔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소문에 이미 예수가 갈릴리를 떠나 가버나움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또 갈릴리에서 내려오면서 문둥병자를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사람들이 하는 것을 들었어요. 문둥병자는 부정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직접 만나거나 접촉을 하지 않는데 예수는 그의 몸에 손을 대고 말씀하시니 바로 나았다고 합니다. 신기한 일이죠? 그 문둥병자는 제사장에게 깨끗해진 몸을 보여주고 나서 이제는 마을안에서 살 수 있다고 하네요.

하루종일 기다려도 주인님도 예수도 저희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주인님이 예수를 만나지 못했거나, 예수가 저희 집까지 오시는 것을 거절했을 수도 있어요. 왜냐면 유대인의 집이 아니기 때문이죠. 더구나 저 같은 노예환자를 보러 직접 오실 만큼 한가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저로선 기적을 일으킨다는 예수가 직접 왔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지요. 그렇게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같이 간 하인들도 오지 않았구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냥 제 몸이 갑자기 나은 거예요. 불편했던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살짝 움직여보았어요. 움직여지는 거예요. 반대쪽 손등을 만져보니 내 살인지 금새 알겠어요. 조심히 몸을 일으켰어요. 무릎을 꿇어 보았어요. 그리고 서 보았어요. 비뚤어졌던 입술도 이제는 제대로 움직이고, 말도 거의 하지 못했는데 말도 되네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제가 이렇게 설 수 있다니 이건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일이 제게 일어나다니 도대체 믿기질 않았어요. 너무 놀라서 멍하니 서서 울고 있었어요.

바로 그 때 예수를 만나러 갔던 사람들이 집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소리를 치는 겁니다. “봤지? 봤지?”, “저 사람이 일어나서 울고 있어!”, “예수가 주인님을 칭찬하며 말할 때 알아 봤어”, “예수가 말한 그대로 정말 회복되었어”, “정말이네. 정말이야!”, “정말 신기하다. 어떨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정말 그 예수라는 사람은 하늘이 내려준 사람인가 봐”, “그 예수는 엘리야가 부활한 것 같아!”, “그는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 틀림없어?” 등등 주인님과 함께 갔다고 돌아온 사람들이 다들 놀라며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 때 알게 되었죠. 왜 내 몸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주인님이 예수를 만난 거였어요. 그런데 예수가 여기에 와서 몸에 손을 대지 않고도 내 몸이 나을 수 있다니 그가 진짜 하나님이 보낸 사람일까요? 아무튼 고마운 일이지요.

주인님이 오시면 다시 물어봐야겠어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말이죠. 저야 그저 주인님도, 예수도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죠. 이제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대로 예수라는 분을 만나러 가야겠어요. 감사도 해야 하고, 또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직접 들어 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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