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누구나 “초보”

By | 2016년 9월 14일

오전에 어머니의 걷기운동을 위해 아파트 우리동과 앞동 사이에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일방통행인데다가, 한번 주차한 차량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곳이다. 우리동(우리동 앞엔 두 줄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이미 존재한다)에선 약간 떨어져 있고, 앞동 입장에서는 뒷쪽이기 때문이다. 30여분간을 걷는 동안 세 대의 차량이 역주행을 한다. 한 대는 그냥 역주행으로 들어와서 반대방향으로 세운다(제대로 된 방향이면 모두 전방주차만 해야 하는 구조인데, 역주행하면 후방주차를 할 수 밖에 없다). 이 차량에서는 30대 후반 남자운전자와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이 내린다.

두번째 차량은 경차인데 젊은 여성운전자이다. 한참 들어오더니, 역주행을 깨달았던지(아니면 이미 알고 들어 왔던지) 주차장 끝까지 간 후에 유턴을 해서 다시 주차장 중심부로 와서 전방주차를 해놓는다. 그리고 뒷좌석 유아시트에서 3살 가량의 아이를 내린다. 세번째 차는 좀 오래된 대형차량인데 40대 여성운전자이다. 이 차량은 제대로 주차가 되어 있는데, 차량을 뺀 후 후진으로 계속 후진한다. 15미터 가량을 후진하더니, 차를 세운다. 아까부터 그 쪽에 서있던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을 태운다. 아이들이 양손에 봉지를 들고 있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이들로 하여금 걷지 말게 하고 거기서 기다리게 했을까? 다른 차량들 눈치를 보면서 15미터 정도를 꼭 후진해서 아애들을 태우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아무튼 내 눈에 매우 거슬리긴 역주행과 비슷하다. 실제 역주행이었다. 다만 후진이었을 뿐이다.

역주행하는 사람들을 흠 잡을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두번째 역주행했던 차량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인생은 누구나 “초보”가 아닐까?하고 말이다.

인생을 다시 사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은 새로운 시간들을 접하며 살게 된다.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중고등학교도, 대학도, 또 사회에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초보로서 시작하는 것이다. 운전 뿐만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로서도 초보로 시작하고, 부모로서도 초보인 것이다. 이미 자녀로 살고 있었는데, 노인이 되어버린 부모를 모시는 자녀로서도 초보가 되는 것이다.

초보로 할아버지가 되고, 초보할머니가 되기도 한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도 초보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초보이다. 온통 우리 인생은 초보로서 시작하는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초보가 저지를 수 있는 “시행착오”를 적게 겪기 위하여 노력을 한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학생으로서 노력해야 하고, 배우자로서 노력해야 하고, 부모로서 노력해야 하고, 자녀로서도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앞서 말한 세 명의 역주행 운전자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운전자 모두 자녀들을 태웠거나 태우려는 운전자들이었다. 자녀들에게 도대체 뭘 보여주었을까?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렇게 비겁하게 해야 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아니면, “때에 따라서는 불법도 저지를 수 있어냐 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세상을 좀 더 조심스럽게, 겸손하게, 원칙을 지켜가며 사는 인생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꼼수보다는 원칙을 지켰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다 초보자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곳은 일방통행이라 지금 앞쪽만 신경쓰시면 됩니다”라고 말한 나의 말이 거짓말이 되는 순간이었다.

초보운전자가 운전 잘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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