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심경

By | 2017-01-12

어제 성적이 학생들에게 공개되면서 찾아 오는 학생들도 있고, 학교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다. 올해 만큼 성적사정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2015학년도 성적까지 가져다 놓고 성적을 비교해 가면서까지 성적사정을 해야만 했다. 전체적으로 평균이 떨어졌다. 교수들의 고심이 그 만큼 커졌다. 작년에 많은 학생들이 유급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유급자 숫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학원위원회”와 “교수회의”라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아마도 지금의 성적으로 마무리가 될 듯하다.

2016학년에는 학생들의 학업태도가 매우 나빴다. 결석생도 많았다. 결국 그런 모습이 점수로 나타나고 말았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 이렇게 성적사정의 시간이 길게 소요된 것도 오랜만이다. 성적이 결정되고, 학생들이 치렀던 시험지를 다시금 검토했다. 왜 D를 맞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년에 비하여 D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2017학년도 1학년은 매우 복잡한 구조가 될 듯 하다. 의예과에서 올라온 학생들, 편입학으로 들어온 학생들, 유급한 학생들로 구성되는데 편입학으로 들어온 학생들도 일반전형과 지역전형으로 나뉜다. 모두 4그룹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나의 입장에선 매우 복잡한 구조가 형성되었다. 소수의 학생들이 유급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구성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나는 교수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까지 몇가지 생각으로 정리되고 있다.

첫째로,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된 학년에 대하여 질책 보다는 강의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즉, 교수로서의 본질에 더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그게 교육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늙은 교수의 조언이 잔소리로 변할 수 있고, 말을 많이 하다보면 말실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열심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학생에 대하여 말을 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조심해야 한다.

둘째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지도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사실 나는 그런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나의 사명으로 느끼고 그렇게 해 왔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교수들이 그런 역할을 해왔었다. 다만, 2년전부터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나는 집중해서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 내 뒤를 이어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랬는데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는 다시 담임선생(?) 같은 모습으로 변해야 될 듯 하다.

세째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적을 알려주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그러기 위하여 좀 더 빨리 채점하고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구별하고 적극적으로 지도를 할 예정이다. 학생의 성적부진에 대하여 학생과 함께 고민하고 그 해결책들을 찾아가려고 한다.

네째로, “의과대학에 가면 모든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교수가 있다”라는 말을 다시금 회복하고 싶다. 늙어가면서 떨어지는 기억력을 탓하기에는 내가 몇년간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져 든다. 올해 부터는 다시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 스스로 내 자신을 독려하고 책찍질을 할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느라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 자체가 내 자신에게 스스로 약속을 만드는 것이다.

4 thoughts on “복잡한 심경

  1. 김은영

    교수님의 마음을 아는 학생들은 더 힘을낼 것 입니다.
    이 마음 잘 전해지길 바래봅니다.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감사합니다.
      새롭게 블로그가 운영되면서…
      댓글을 달면 바로 보이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제가 승인을 해야만 글을 보이네요.
      설정을 바꾸어서 이전에 댓글을 단 분들은…
      바로 바로 댓글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전에 김선생님의 블로그를 보고 왔는데….
      관리자 모드로 로그인 하니… 댓글이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2. 바다기린

    저희 애도 이제 본과에 접어들어요
    여러 가지 고민과 결심 포부를 들으며 …
    무슨 일이 있든 좋은 방향으로 나가길 기도하고 있어요
    관심…교수님이 담임샘처럼 관심 가져준다면
    변화되는 학생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건강을 돌보는 게 우선이겠죠? ㅎㅎ
    얼마전 전주에 갔다가 선생님이 떠올랐네요
    건강하세요~~

    1. 김형태 Post author

      글 감사합니다.
      아이가 의예과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전주까지 오셨는데… 그냥 가셨군요. ㅠㅠ

      아무튼 본과에서의 삶은…
      일반학과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즐기면서 본과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많답니다.
      힘들다면 힘들고, 쉽다면 쉽고, 즐겁다면 즐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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