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 18. 통가리로에서 로터루아까지

By | 2017년 2월 26일

여행 4일째,

오늘의 계획은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의 iCenter가 있는 와카파파(Wakapapa village)를 들러보고, 타우포 호수(Lake Taupo)를 지나쳐, 로터루아(Rotorua)까지 가는 여정이다. 41번 도로에서 한인식당인 오아시스(Oasis)를 발견하면 둘러보기로만 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8만 헥타르의 광활한 지역이며,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숙소가 있던 National park(동네이름임)을 출발한 후 곧바로 47번 도로로 가야한다. 거기서 다시 48번 도로를 타야 와카파파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도로를 달리며 가장 높은 산인 Mount Ruapehu를 비롯하여 동쪽으로 있는 Mount Tongariro와 그 옆에 있는 Mount Ngauruhoe를 보니 온통 구름에 싸여있다. 그 자체로도 장관이지만, 산의 정상을 볼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카파파까지 갔다. 마을 어귀에 중세의 성처럼 생긴 호텔 하나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그랑 샤토 통가리로(Grand Chateau Tongariro)이다. 안내소인 iCenter 주변에는 트랙킹을 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비와 물안개 속에서도 장비를 갖추고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산의 정상쪽으로 나있는 길로 천천히 운전해 갔다. 통행을 막는 차단기가 올라가 있어서 계속 올라갔다. 온세상이 구름속에 갇혀 있었다. 점점 올라갈수록 어떤 두려움이 엄습했다. ‘제대로 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퍼밴 한 대도 길 갓쪽에 차를 세우고 더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듯 했다. 조금더 올라 갔다. 길가의 모습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이 당장에라도 뛰어다니며 “골룸, 골룸!”을 외칠 것 같은 음침함이 느껴졌다.

어느정도 올라가다 다시 핸들을 돌렸다. 뒤따라 오던 캠퍼밴도 따라서 유턴을 한다. 다른 승용차 한 대도 차를 돌린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트랙킹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내는 처음에 이곳에서 약간의 트랙킹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북섬에서의 일정이 빡빡한 탓에 로터루아를 향해 가기로 했다.

투랑이(Turangi)와 Scenic Lookout

와카파파에서 나오는 도로인 48번에서 다시 47번으로 나와 동쪽으로 달렸다. 한참을 달려도 국립공원 안이다. 그만큼 넓은 지역이 국립공원이다. 47번을 한참 달려 41번에 들어서니 “Scenic Lookout”라는 푯말이 보인다. 핸들을 꺽었다. 그리고 차를 세우고 저 아래 보이는 동네를 바라다 보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다. 저 아래도 보이는 마을에 나무들이 연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투랑이(Turangi)라는 마을이다.
한참동안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그 마을이 너무 멀다. 눈에는 분명히 가까이 보이는데, 아이폰과 DSLR인 D60이 그 모습을 표현하지 못한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인데 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었다. 많은 차량들이 이 곳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댄다. 그런데 41도로에서 한인식당 Oasis를 봤어야 하는데 보지 못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모텔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길가에 있었는데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투랑이와 그 마을에 있는 작은 공원이 만들어내는 광경이다. 차를 몰고 조금 가니 투랑이 마을안에 들어온다. 여기에 한인식당인 오아시스(Oasis)가 있었을텐데 마을로 더 들어가야 하니 그냥 길을 재촉하였다. 투랑이를 보게 된 것은 “Lookout” 표시 덕분이었다. 투랑이를 본 이후에는 여행내내 “Lookout” 푯말을 단 한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투랑이에서 1번 도로로 접어든 후에 타우포 호수(Lake Taupo)를 옆에 끼고 달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호수의 갓길이 그렇듯이 길이 매우 구불구불하다. 따라서 고속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속도가 25km/h인 곳도 있었다.

그러나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타우포 호수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렇게 가다가 타우포를 지나쳤는데, 시간을 보니 점심 때가 넘었다. 따라서 다시 유턴을 해서 타우포로 들어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에 없었던 탓에 타우포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로터루아를 목적지로 세팅된 네비게이션은 계속 유턴을 유도했다. 네비게이션을 끄고 푯말을 보고 마을로 진입을 했다. 마을의 메인도로가 아닌 뒷쪽 길에 차량을 세우고 식당가를 물어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피자헛이 보이자 바로 들어가 주문을 했다. 나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보니 상점들 안쪽에 스시집을 비롯하여 먹을만한 식당들이 꽤나 있었는데, 배고픈 나머지 피자를 덥석 선택하고 만 것이다.

배를 채운 후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30번 도로를 달렸다. 전날 밤까지도 도중에 5번 도로를 달릴 계획이었으나, 네비게이션이 30번 도로를 통해 로터루아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로터루아로 가는 길은 특별히 힘들지 않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로터루아의 남쪽 입구에 있는 “테 푸이아(Te Puia)”이었다.

테 푸이아(와카레와레와)

테 푸이아(Te Puia)와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동일한 이름이다. 로터루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지열지대이고, 동시에 마오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로터루아 시내에서 약 3km정도 떨어진 곳이다.

테 푸이아의 입장료는 마오리쇼 관람을 포함하여 1인당 66불을 지불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테 푸이아에서 2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 간헐천에서 나오는 유황의 냄새가 지독한 편이긴 하지만, 간헐천을 보았다. 2003년에 미국의 Yellow Stone에서 봤던 것 보다는 높이는 낮지만, 여러군데의 간헐천을 볼 수 있다. 뉴질랜드의 새 키위(kiwi)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마오리의 공연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다른 곳에서 항이콘서트가 예약이 되어 있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겠지만). 또한 마오리의 목공예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로터루아 시내로 들어가다

약간의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씨속에 로터루아로 들어갔다. 시내에 있는 숙소를 쉽게 찾았다. 시내 자체가 매우 계획된 도시라서 길들이 바둑판 처럼 잘 정리되어 있었다. 쉽게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한 후에 식사를 하러 “야키야키”를 갔다. 난 이름만 듣고 일식집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한국음식점이었다. 나는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미소 국물에 버터가 섞인 듯한 맛이었다. 이 된장찌개를 먹은 후에는 나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음식을 먹지 않았다. 많은 한인들이 이 식당을 찾고 있었다. 건너편에는 한인수퍼가 있었는데, 오클랜드의 한인마트와는 달리 규모가 매우 작았다.

식사를 하고 한인마트에 들러 몇가지 물건을 사고 나니 하늘이 온통 파랑색이다. 구름이 있긴 했지만 아름다운 로터루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길래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아이폰으로 로터루아를 담기 시작했다. 호수가와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안내소인 iCenter까지 걸어갔다 이 곳의 시계탑의 종소리를 영상에 담았다.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주차비를 지불했다. 식당 앞에 세워 두었던 차를 몰고 내일 갈 예정인 로터루아 박물관(Rotorua Museum)과 블루 베쓰(Blue Bath) 등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내 날씨가 어두워졌고 빗방물이 떨어졌다. 숙소로 되돌아 왔을 때는 빗줄기가 꽤나 굵어졌다. 숙소에서 아이폰의 사진들을 들여다 보았다. 도시의 건물들과 하늘이 참으로 아름답게 찍혀 있다. 60D로 로터루아의 하늘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컸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Havana Motor Lodge였다. “ㄱ”자 형태의 건물에 꺽여진 부분의 조용한 방이었다. 그런데 그 방은 매우 컸다.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어서 방이 모두 두 개 있었고, 주방도 있고, 욕실도 컸다. 아마도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사용해도 충분한 크기였다. 뒷편에는 이 방의 손님을 위한 야외 스파가 있었으나 직원은 쓰지 않았으면 했다(유황 함량이 적으니 유황 함량이 높은 마당에 있는 스파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피곤한 하루가 가고 있었다. 투랑이의 발견, 통가리로의 안개, 타우포 호수, 테 푸이아, 로터루아의 하늘은 오늘 하루를 매우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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