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을 비난하려면…

By | 2017년 8월 30일

요즈음 SNS 상에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이 돌아다닌다. 모두 비난을 위한 글들이다. 링크한 뉴스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중에서 현재 부산대학교 의전원에 다니는 딸에 대한 이야기가 내 눈에 들어온다. 링크된 글 아래에 댓글을 하나 써놓았다.

현재 한국사회는 이미 정도(正道)를 걷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주택문제도 결국 주택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이 된지 오래 되었다. 다들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사고 판다.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거래한다.

대학입시는 어떨까? 특히 “의전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제도가 생겼다가 사라졌다(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뜻이다.). 의전원제도의 도입이 의대입시를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 버렸던가?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서 또 많은 거짓과 위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나의 두 아들을 모두 정시로 대학을 보냈다. 수시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스펙을 만드는 것이 무슨 능력인가? 스펙이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결과물이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스펙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전북대학교 의전원은 영어가 입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울을 중심으로 등고선식 서열화가 이루어진 입시에서 MEET보다는 영어가 입시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영어 잘 하는 학생이 좋은 의사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영어를 못하는 학생이 좋은 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입시의 지표가 없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일 뿐이다. 스펙만으로 학생을 뽑는(그것을 공정하다고 포장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 틈새를 이용해서 합격을 하는 기회주의적 사회가 되고 만 것이다.

이미 이렇게 정도(正道)에서 멀어진 우리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모두 하늘보고 침뱉기가 아닐까? 웃긴 이야기이다. 조국 민정수석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그들을 비난하려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본 후에 하길 바란다.

조국 민정수석을 감싸거나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일로 우리 각자의 모습을 되돌아보자는 뜻이다. 그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글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기를 바란다.

[추가] 2019.8.23

윗 글은 약 2년 전에 쓴 글이다.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어 가는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오늘 내 블로그에서 ‘의전원’이란 단어를 검색하던 중 잊고 있었던 이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몇자 더 적어두려고 한다.

조국민정수석의 딸의 의전원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논문 저자에 관하여 요며칠 사이에 온라인은 매우 뜨겁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가져다 준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뉴스정보는 의전원입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문제점들이 다시금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만, 바라기는 이 정도의 상황이 되었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 개인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와 부정적인 측면들이 부각되었다.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한 몸부림의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그저 분노의 표출의 시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조국교수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4 thoughts on “조국 민정수석을 비난하려면…

  1. 김은영

    저희집 바로 건너에 60년 가까이 한집에 사시다 이사 가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연로하셔서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으로 이사 하신거죠.
    13년째 되는 우리집은 짠밥에서 아주 신참에 속합니다.
    기본 40년, 50년을 넘고 있으니까요.

    ‘집은 사람이 사는 곳’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 입니다.
    누가 더 행복할까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케 해주시는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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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감사합니다.
      요즈음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낮시간은 덥습니다만.
      석양도 예쁘구요.
      밤에는 쌀쌀합니다.
      계절의 변화가 참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즈음은 많이 지치곤 합니다. 사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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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의전원

    글을 읽고 댓글남깁니다. 의전원은 좋은점도 나쁜점도 있는 제도였습니다. 실패했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그로인해 의대입시가 힘들어졌긴에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의대입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의전원제도에서 대학생들의 진로문제 혹은 입학 후 모습에서의 결과로 논하는 것이 의전원 교수님으로서 더 온당하게 보시는게 맞지않마 싶습니다. 수능성적또한 스펙의 하나입니다. 계산기가 있는데 암산이 필요한가 논란이 있듯 어느정도의 지식을 얼마나 시의적절하게 판단하여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수능성적과 단순한 IQ만이 좋은 (제대로 판단하는 지식과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도덕성)의사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의전원 도입전 의대시절 수많은 의사들이 사회에 나왔지만 비판받고 있습니다. 또한 의전원제도 이후 더 세속적으로 바뀐것이 아니라 10여년 전에 비해 의사에 대한 대우 조건 사회여건의 변화로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이 되었고 더 개인주의화된 사회의 영향이 큽니다.
    의전원제도가 장점보다 단점이 많지만 이런식의 비판은 의대교수이시자 의전원교수님으로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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