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갈 준비 1

By | 2017년 9월 6일

21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금호타운, 효자동1가 소재)를 떠나려고 한다. 96년에 교수 발령과 함께 매물이 거의 없었던 전주시내를 뒤져서 겨우 얻는 전세 아파트였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이사를 가려는데 집주인이 좀 더 살아달라고 했다. 아마도 전세금을 써버린 듯한 눈치였다. 그리고 2001년 여름에 캐나다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 때까지 살다가 전세금을 빼서 캐나다로 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2001년 1월에 이사를 가라고 한다. 집주인의 친동생이 입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사갈 기회들이 있었는데 그 때는 못가게 하더니 갑자기 집을 빼달라고 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형제 간에 돈거래 때문에 집주인의 동생이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부랴부랴 집을 구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리 옆 동에 살던 선배교수인 이비인후과교수님이 이사를 간다고 해서 덜컥 그 집을 사고 말았다. 1월이었는데, 3층이긴 했지만 가장 가쪽이라 앞옆의 조망도 좋았고 햇볕도 잘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년 정도 살다가, 그 해 9월 초에 우리 가족은 캐나다로 떠났다. 모든 짐을 방 한 칸에 밀어 넣어놓고 마치 방이 두 개만 있는 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있어서 그렇게 전세를 주고 떠났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03년 8월 말에 우리 가족은 귀국을 했다. 그리고 다음해 큰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고, 한 살 차이는 둘째가 다시 그 다음 해에 중학교에 들어가게 됨으로서 자연스럽게 이사갈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이긴 했지만 둘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두 학교 중간 정도에 우리 집이 있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 듯 하다. 따라서 그냥 그렇게 살게 되었다.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두 아들은 각각 광주와 서울에서 의대를 다니게 되니 더욱 이사를 생각하지 못하였다.

잠깐 동안이라도 ‘이사를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아들들이 모두 졸업하면 움직이자”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2주 전에 ‘이사를 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파트 입구에 있는 공인중계사(복덕방)에 갔다. 물론 내가 제안한 것은 바울교회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 집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반응이 별로였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지만 여기에 적기는 좀 그렇다.

지난 주 토요일 나는 신시가지의 아파트 근처에 있는 공인중계사에 갔다. 그 주 중에 그 곳에 사는 지인이 토요일에 그 곳 부동산을 둘러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근처에 나온 집을 둘러보고 나서 나는 그 지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이다.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전주시내 부동산 가격을 대충 체크해 보았다. 내가 부담해야 할 차액이 너무 크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속에는 이사를 결정한 상태였다.

아무튼 그날 그 곳에서 집으로 오면서 우리 아파트 입구의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그리고 오후에 산책을 위해 금산사 쪽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섰고, 중인리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아파트 하나를 발견했다. 집에 돌아온 후에 가격을 찾아보니 신시가지 보다는 좀 더 부담을 줄이면서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였다.

월요일에 나는 그 아파트 입구에 있는 공인중계사를 찾았다. 그리고 대충 매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매물로 나와있는 아파트 하나를 봤다. 들어가자마자 온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담배 냄새로 인해 일단 그 집은 제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아파트 단지에서 사는 권사님 댁을 방문했다. 그 두 집은 모두 27평형 집이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비하여 많이 비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음날 저녁에 32평을 보았다. 사이즈나 구조가 맘에 들었다. 문제는 우리 아파트를 파는 것이었다. 따라서 화요일 오후에(32평을 보러가지 전에 미리) 다른 공인중계사에도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불과 5일 동안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전주시내(완산구) 아파트의 동향을 파악했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인데, 며칠 사이에 집중하여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가려고 하는 아파트는 이미 정해 놓았다. 이제는 우리 집만 팔리면 된다. 오래된 아파트이고, 원래 모양 그대로 살고 있기 때문에 같은 평수의 평균 가격보다 약간 낮게 가격을 책정해 놓았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최선이다.

[추가] 금호타운은 2018년 2월 5일에 계약이 되었고, 22일에 잔금이 치러져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2 thoughts on “이사갈 준비 1

  1. 김은영

    거처를 옮기는 것, 보통일이 아닙니다.
    정리도 해야하고 새롭게 해야 될 것들도 많구요.
    큰 맘 먹고 결정하신 것이니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감사합니다.
      저희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라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입주자를 기다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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