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1990-2017

By | 2017년 10월 6일

결혼 몇달 전에 나는 피아노를 덥썩 구입했다. 브랜드는 삼익피아노이다. 다섯달치의 조교봉급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결혼 후에 힘들게 할부를 갚아나갔다. 아내도 피아노를 배우면서 조금 쳤고(아이들 키우느라 금새 포기하고 말았지만), 아이들은 자주 연습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가끔 재미로 피아노를 쳤을 뿐이다.

나도 삶이 바빴던 시절이라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피아노는 늘 거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에 불과했다. 수년간 그렇게 말이다. 이번에 집을 정리하면서 과감히 피아노를 정리하기로 했다. 땅콩주택이라도 지으면 가져갈 생각이었으나, 이번 여름에 나는 주택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렸다.

따라서 피아노는 아는 분에게 분양하기로 했다. 오늘 피아노를 와서 가져가기로 했다. 따라서 어제 먼지를 좀 닦아내고(실은 한달 전에 이미 먼지를 닦아 냈었다.) 뚜껑을 열고 건반을 눌러 보았다. 나의 피아노 치는 실력이야 그저 코드를 누르는 수준이지만, 피아노의 건반 느낌은 여전히 내게는 행복을 가져다 준다. 디지털 피아노가 절대로 줄 수 없는 느낌이다.

새로 이사를 가는 집에서는 디지털 피아노를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내 연구실에서 장시간 잠자고 있는 피아노이다. 피아노 전용의 디지털 건반 치고는 꽤나 건반 느낌이 아날로그한 느낌의 건반이지만, 역시 실제 피아노와는 차이가 난다. 그렇게 28년을 함께 한 피아노가 우리집을 떠난다.

4 thoughts on “Piano 1990-2017

  1. 익명

    명절 잘 보냈습니까?
    오래된 물건을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 잘 알겠습니다.
    27년 된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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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명절은 어머니로 인해 복잡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을 해서(외출은 2박3일인데, 추석연휴가 길어서 퇴원을 했던 것입니다) 시골에 가셨는데 경막하출혈이 발견되어 급히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서 수술을 하고, 현재 전주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워낙 고령이고 출혈이 장시간동안 서서히 진행된 것이라 출혈량에 비하면 증세가 나쁘지는 않아서 잘 회복 중에 있습니다.

      고령화사회가 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보여집니다.

      피아노는 추석연휴 때 지인이 가져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왔습니다. 누구에게 분양을 할꼬? 생각하던 차에 그 가족이 생각이 났기 때문인데, 아주 잘 된 것 같습니다.

      추석명절은 여행객들과 함께 하셨다는 글 봤습니다. 남아공도 서서히 여름이 오고 있겠군요. 늘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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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은영

    분주한 명절을 보내셨네요.
    어머님께서 좋아지시길 빕니다.

    이곳 케이프타운에는 한참 봄입니다.
    곧 여름이 오겠지요.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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