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는 10년은 해야 한다

By | 2017-10-17

“은퇴 준비는 10년은 해야 한다. 나는 5년 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너무 짧다는 생각이야. 따라서 김선생은 10년은 준비하길 바래.”

이 말씀은 전북의대 해부학교실 창립자이신 이무삼 교수님께서 2008년에 정년을 앞두고 제게 하신 말씀이다. 워낙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라서 혼자서 차분하게 정년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신 줄 알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말씀이다. 당시에 나는 주임교수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무삼교수님의 정년에 관련된 모든 일들을 처리하였었다.

따라서 당시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맞아, 나는 10년은 준비해야겠다.’라고 말이다. 내년이 되면 나의 정년 시기는 11년이 남기게 된다. 호적으로 따지자면 2029년 2월에 정년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서서히 정년을 준비해야 한다. 정년을 준비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아래 글을 정년 후에 읽는다면 웃을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일단 지금 시점에서 내 생각을 적어 두는 것이다. 그 때 웃더라도 말이다.

첫째,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정년을 맞이할 무렵 건강한 몸으로 정년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년의 나이는 육체적으로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65세에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면 이미 50대부터 몸을 잘 관리해야 한다. 건강은 사람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인 부분이다. 나는 봉급장이이다. 따로 부업은 없다. 아내가 올 초까지는 일을 했지만, 두 아들이 졸업을 한 시점에 건강 문제로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따로 돈을 모아 둔 것이 없다. 이를 아는 어떤 은퇴교수님이 내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어딘가 글을 찾으면 있을 듯). 나는 모아둔 돈이 없는 대신에 앞으로 10년간 내게 주어진 돈을 잘 관리하는 훈련을 할 계획이다. 씀씀이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년을 하고나서 연금으로 사는 훈련을 미리 하겠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인색해져서는 안된다”라는 것이다.

세째, 나를 이어서 강의와 연구를 해줄 후배교수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해부학을 가르치고 연구를 하는 교수가 아닌, 의학교육 전체를 파악하면서 교육의 흐름에 발맞추어 교육과 연구를 이끌어 갈 인재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매우 암울하다. 의대 졸업자 중에서 해부학을 비롯한 수많은 기초의학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기초의학 중에서도 해부학 만큼은 꼭 해부를 해본 경험이 많은 의사(M.D.)가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 내가 더 적극적이지 못하였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내가 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네째, 친구가 있어야 한다. 나에게 친구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정년 이후에 나와 함께 세상을 걸어갈 친구 한 명은 확실하게 있다. 바로 내 아내이다. 요즈음 아침마다 아내와 걷기를 하며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하다. 젊어서 부터 친구처럼 살아왔지만 앞으로 더욱 그렇게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회에 함께 신앙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함께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부분을 나는 준비해야 한다. 또한 연구실에 있는 책이나 집기들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가야 한다. 학교 직원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런 사소한 부분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3 thoughts on “은퇴 준비는 10년은 해야 한다

  1. 김은영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십니다.
    부지런 하셔서 그 이상을 갖추실 것 같습니다.
    두 분 건강하십시오.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감사합니다.
      차분하게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조금전에 케이프타운을 머릿속에서 떠올려 봤습니다.

  2. 김은영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사모님께서도 빠른 회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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