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By | 2018년 8월 12일

저의 아버지는 2005년 무더운 여름에 돌아가셨습니다. 2011년까지 형님댁에서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저희집에서 “형제모임”으로 대체했습니다[관련글보기]. 6형제들이 각자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와서 서로 나누는 그런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이다 보니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따라서 작년부터는 식사는 밖에서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전주지역에 있는 요양병원에 계시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식당에서 모임을 가지니 형제들과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바깥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집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자의 삶에 성실하게 살아가는 형제들이 공식적인(?) 형제모임을 갖는 것입니다. 어제 모임을 가져서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인데 그만 새벽 1시에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잠이 오질 않아서 이렇게 몇자 적어두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런 형제들의 모임은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형제들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아들과 딸들은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뵙기 위하여 전주를 자주 찾지만, 사위들 뿐만 아니라 손자와 손녀들(일부라고 하더라도)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새벽에 잠이 오질 않아 소파에 앉아 있다가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물론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내 안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흔적에 간혹 놀라기도 합니다만, 아버지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주신 분입니다.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삶의 모습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이 될 때도 많습니다. “삶으로 남겨주신 유산”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오는 그런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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