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과 전주시의 관계

By | 2018년 12월 6일

1996년에 전주로 이사를 왔으니 벌써 23년을 살았다. 그 동안 늘 헷갈리는 것이 있었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지역 구분이었다. 왜냐하면 처음 이사와서 얼마동안은 완주군청이 내가 일하는 전북의대 근처에 있어기 때문이다. ‘왜 완주군청이 전주시내에 있는 것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완주군이 전주를 싸고 있고, 그 중심에 군청을 두고자 하니 전주시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그런데 내가 전주의 남쪽 끝으로 이사를 오니 다시 전주시와 완주군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따라서 지도를 찾아보았다.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고, 서북쪽과 서남쪽이 뚫려있는 모양이다. 즉, 전주시의 북쪽과 남쪽, 동쪽은 모두 완주군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양상이다. 따라서 지도를 조금 축소해서 다른 지역과의 관계도 살펴보았다.

전주시와 완주군 북쪽으는 논산시와 금산군이 있고, 동쪽으로 진안군이 존재한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임실군이, 서남쪽에 정읍시가, 그리고 서쪽으로 김제시와 익산시가 존재한다. 면적으로 본다면 전주시는 완주군에 비하여 매우 작은 도시이다. 더 이상 확장될 수도 없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한 때는 완주군과 통합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지만, 완주군에서 반대를 해서 무산된 적도 있다.

이렇게 작은 땅덩어리에서 서로 남보다 조금이라도 잘난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거만해지는 삶의 모습들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도에서 완주군과 전주시를 내려다 보았다. 참으로 작은 나라 한반도, 그것도 남북으로 나뉜 이 땅에서 아주 작은 도시 전주를 본다. 참으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고 나약한지 금새 눈에 들어온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산다고 할지라도 마음 만큼은 크게 살아간다면 참으로 좋을 듯 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지난번 작은 아들이 엄마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시 하나를 적어서 준 것을 아내가 내게 가져왔다. 여기에 실어도 좋을 듯 하여 싣는다.

비에도 지지 않고

                                             by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는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앞은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벌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하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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