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갠 오후의 산책

By | 2020년 5월 5일

5월 5일, 어린이날이면서 나에게는 결혼기념일이다. 오늘이 결혼 3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오전에 천둥이 치더니 비가 내렸다. 점심 때 쯤 비가 개었다. 아침부터 계속 강의동영상을 위한 오디오 편집작업을 했다. 오후시간이 되어 산책을 했다. 집을 나서 아파트를 한번 도는 것이 산책의 전부이다. 텃밭 C/D구역으로 가서, 모악산 둘레길 입구 벤치에서 잠깐 쉬다가, 철쭉이 반발한 104-105동 앞을 지나 텃밭 A/B구역의 모정에서 잠깐 앉았다가 다시 중정으로 와서 벤치에서 잠깐 쉬었다가 집으로 되돌아가는 코스이다.

산책 도중에 가족단톡방에 작은 아들이 글을 올렸다.

“결혼 30주년을 축하드림ㅋ”

아마도 큰 아들은 어젯밤 응급실 당직을 하고 잠자고 있을 시간이다. 간단히 “감사 ㅋ”라고 답변을 하고, 계속 산책을 하면서, 늘 그렇듯이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 본다. 그러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샤이 민들레

일반적으로 민들레는 홀씨를 화려하게 펴고 있다. 일부 홀씨가 날라간 후에도 여전히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홀씨를 품고 있다. 그런데 오늘 본 민들레의 일부가 홀씨가 얌전하게 털들을 모으고 있다. 아내가 말한다. “샤이 민들레(shy dandelion)!”라고. 나는 “단정한 민들레(neat dandelion)”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일반적인 민들레의 모습
비 갠 오후에 본 민들레

지금까지 민들레를 수없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홀씨의 텃들을 얌전하게 모으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처음엔 다른 종류의 민들레일 것이라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많은 민들레를 보면서 평소에 내가 보아왔던 민들레가 맞다는 것을 알았다.

비 갠 오후의 산책은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4 thoughts on “비갠 오후의 산책

  1. 김은영

    결혼 기념일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겠습니다.
    어린이 날이 생일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건강하시고 결혼 30년 축하합니다!!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감사합니다.
      당시에 어린이날 결혼한다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휴일에 결혼해서 놀러도 못가게 한다고요. ㅋㅋ

      저는 당시에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가난한 기초의학자가 짜장면 한그릇으로 어린이날과 결혼기념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라구요. ㅋㅋ
      아무튼 매년 국가가 정해주는 쉬는 날이기도 해서 좋긴 합니다.

      벌써 30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철없이 산… 세월과 일치합니다. ㅋ

      Reply
  2. 김은영

    소개해 주신 영화 매우 잘 보았습니다.
    모처럼 심도있는 영화 한편을 마친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아! 감탄사가 나오게 두 주인공의 연기는 그냥 몸에서 우러나오네요.
    좋은 영화 추천 감사했습니다.

    이 글에 댓글을 어제 달았는데 나타나지 않네요.
    결혼 30년 축하! 드립니다.
    두 분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시는 모습~~ 전해 주세요.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저도 두번을 보았습니다.
      잘 보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댓글은 제가 승인해야 보이도록 해두었습니다.
      스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댓글 쓸 수 있는 기간도 짧게 설정해 두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