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By | 2020년 6월 12일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긴 하루를 보냈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긴 하루를 되새김했습니다. 되새김에는 아내가 많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아침 일찍 전날 안치한 유골함 위에 비석을 올리는 마무리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 힘들지도 않고, 공원묘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나와 여동생이 참석했습니다. 왜냐면, 전날 안치를 형님과 했기 때문에 굳이 안와도 되는데도 참여해 주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그곳에서 잠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동생이 부탁한 것은 요양병원의 어머니께 전달해드리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잠에 떨어졌습니다. 전날 수면이 부족했던 탓인지 매니에르병에 의한 어지러움증(vertigo)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오후에도 계속 잠에 떨어졌습니다. 중간에 문자가 오거나 전화를 받는 일까지 했지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침에 휴대폰을 뒤지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매니에르에 의한 vertigo는 이상하리 만큼 기억장애를 가져옵니다.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 어제 일들이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처럼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공원묘지에서 있었던 일부터, 요양병원에 간 것, 그리고 중간에 전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 받은 일들이 일주일 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메모를 해놓았다는 것이 신기한 일입니다. 그러니 24시간의 일이 일주일 간 일어났던 것처럼 그렇게 긴 하루로 기억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적어 둡니다.

6 thoughts on “긴 하루

  1. 김은영

    교수님

    가족 유골을 안치하는 큰일을 하셨네요.
    그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저도 에너지가 생기면 그 이상을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그러면 꼭 몸에 이상 증상이 오더라구요.
    어지럼, 두통, 목통증, 혈압상승 …
    내몸의 에너지 중 최소 10%이상은 남겨두고 지내야겠습니다.
    이번 주말 푸욱 ~~ 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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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파장과 이장은 형님이 주도에서 한 것이라…
      제가 몸을 무리하지는 않았는데…
      이게 정기적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번에는 매우 심한 증상을 동반해서…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만…. 3일째가 되니 좀 살 것 같습니다.
      오늘 아버지 산소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3일이 되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그날 드라이 플라워를 한다발 놓았는데…
      그것도 치울 겸해서요.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비를 맞은 드라이 플라워가 너무 예뻐서…
      주변의 작은 돌들로 고정을 해놓고 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바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런 보고가 어머니께는 큰 힘이 되니까요. ㅋㅋㅋ
      드라이 플라워 글 하나 써야겠습니다.
      페북에는 이미 사진을 올려 두었습니다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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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은영

        아버님을 다른 곳으로 모셔 오셨네요.
        무슨 일이던지 정성으로 하면 그 마음이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특히 이런 일, 아버님과 또 어머님께서도 자식 마음 잘 아실겁니다.
        이번 주말을 잘 쉬셨다 다음 한 주를 힘차게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이 회복에 도움 되기도 하는 일차원적 몸의 구조입니다 ^^)

        저희 집 4형제가 모두 객지에 삽니다.
        부모님 산소도 30년~15년 넘게 여수에 계셔 최근 수도권으로 수목이장을 알아보고 있답니다.
        장남인 형이 이리저리 뛰고 있지만 장소나 비용면에서 결정이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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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형제분들이 서울쪽에 사시면 가까운 곳으로 모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어차피 조상묘 관리는 이제 우리 세대에서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자녀나 친척들이 살지 않는 땅에 모시는 것은….
          더욱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매우 만족해 하십니다.
          오늘 아침에도 전화를 드렸더니 (요즈음 요양병원 면회가 허락되지 않아서죠.)
          “그래도 가까운 곳으로 모셔서 너라도 자주 가보니깐 좋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좀 무심한 편이어서 아버지 산소를 자주 못갔었거든요.
          저도 마음이 편하고, 어머니도 편하신 듯 하여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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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은영

            한번이라도 더 찾아뵐 수 있는 거리에 모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어머님 뵈신지도 몇달이 되었겠네요, 많이 기다리실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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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그나마 저희 어머님은 전화로 수시로 통화를 할 수 있는데…
              통화가 불가능한 부모님을 병원에 맡기신 자녀분들은…
              병원 마당에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지금 상황은 면담을 해서 병원이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되면 안되기에…
              철저하게 제한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요양병원… 안타까운 사연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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