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편집에서 보는 인생

By | 2020년 8월 9일
iMovie 편집화면 캡쳐

동영상 강의를 만들다보면 당연히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다. 나는 Mac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iMovie이다. 아마추어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다. 유료버전인 Final Cut Pro의 맛보기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영상과 오디오 편집에서 오직 2 Layer(층)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층의 영상 위에 다른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오디오도 마찬가지로 목소리 외에 배경음악을 층을 쌓듯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여러층의 Layer 기능인데., 아쉽게도 2층 layer만 가능한 것이다(Final Cut Pro의 경우는 무제한으로 쌓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강의 동영상에서는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니다.

영상의 경우는 캡쳐를 잘못한 부분만 부분적으로 다시 영상을 만들어서 위에다 쌓아 올리면 된다. 오디오의 경우는 어차피 강의는 한 층으로 계속가고, 거기에 배경음악을 하나 깔면 되는 것이다. 물론 세층까지 되면 좋겠다라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iMovie의 편집 기능을 이야기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 영상편집을 하는 가운데 영상과 오디오의 layer들이 갖는 특성을 보면서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하여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상의 경우는 윗층에 있는 영상이 아래 영상을 덮는다. 윗 영상이 무조건 우선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 영상이 어떤 영상이든지 상관이 없다. 무조건 맨 위의 영상만 보게 된다. 그러기에 영상 편집이 재미있어질 수 있다.

오디오의 경우는 모든 소리가 섞인다. 각 층에 있는 오디오의 음량을 조절해 주지 않으면 모든 층의 오디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따라서 편집자는 각 층에 있는 소리의 크기를 조절해서 듣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음량을 만들어낸다. 배경음악이 커서도 안되고, 주 목소리가 작아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각 layer의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믹싱(mixing)이다. 이 믹싱이 잘된 오디오이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는 듯하다. 사회공동체에서 각자의 소리들이 하나의 하나가 될 때에도 있지만, 여러 소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 소리들이 적당하게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음악을 만들어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각 악기의 소리를 균형있게 만들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악기를 연주하기 않게 하고 필요한 부분에서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흐름도 똑같지 않을까?

영상은 어떨까? 맨 윗층의 영상만 볼 수 있는 구조도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 사람의 속을 볼 수 없다. 그저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 보이는 모습 속에 숨겨진 인간의 모습은 보지 못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한계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현실이다.

발생학 동영상을 다 만들어 놓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적어둔다.

4 thoughts on “영상편집에서 보는 인생

  1. 김은영

    아버님은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죠.
    “겉못습에 속지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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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옛날에 그 단순했던 사회에서도 그랬는데…
      지금의 복잡한 사회에선 더욱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깝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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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노승용

    안녕하세요 교수님! 본과1학년 편입생 노승용입니다.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밖에 볼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지만 그런점이 어쩔때에는 한 사람이 다양한 지위와 역할을 맡아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상황에 맞게 행동함으로써 자아를 잃지않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로 사용할 수 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의대에 편입하기 전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연기를 할 때에는 배역에 맞게 전혀 다른 내가 되어야 했기에 교수님 글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예전 추억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블로그까지 와서 글을 남기게 된 건, 제가 편입생이라 온라인으로 교수님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많은 교수님들이 훌륭한 강의 해주셨지만 특히 교수님 강의는 영상 하나하나가 허투루 만들어 진 것 없이 교수님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사회의학 강의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는데 그때 교수님이 강의 중간에 블로그를 언급하셔서 시험이 끝나면 들어가 봐야지라고 생각해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와서보니 일단 역사가 오래된 블로그여서 많이 놀랐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지식이 많으신 것 같아서 한번 더 놀랐습니다.
    이대로라면 2학기 때에도 비대면 수업이 이어질 것 같아 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 없이 본과 1학년이 끝나버릴 것 같아서 괜찮으시다면 교수님 편한 시간에 학교에서 잠깐 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름은 노승용이고 메일주소는 tmddydzizi@naver.com 입니다. 제가 부족해서 시험을 잘 보진 못한 것 같지만 한 한기 동안 감사했습니다 교수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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