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아는 만큼만 보는 세상

By | 2022년 10월 29일

아침에 가볍게 산책을 하다가 멀리 황소마을 앞에 감나무들이 눈에 들어와서 아이폰을 꺼내서 찍었습니다. 중인리 마을에서 ATB를 타고 온 어떤 어르신이 혼자말 절반, 들으라는 식의 절반으로 말을 내던집니다.

“아무것도 없는 논을 뭐하러 찍어? (*(&*&*^_)(+_)+)+)+)(*&&^^%”

그리고 뒤에는 알아먹지 못할 무슨 말을 중얼거립니다. 욕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합니다. 실은 봄에 볍씨를 뿌려 묘판이 만들어져 있던 때였습니다. 아파트에 사시는 어떤 어르신이 어린 손주들을 데리고 산책하다가 묘판을 보고 설명을 하던 중, 갑자기 그 논 주인인 어르신(저 위에 ATB타고 온)이 “저리가라!”라는 식으로 화를 내면서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황한 아파트 어르신이 손주들을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습니다.

오늘 사진을 찍는데 혼잣말인지 욕인지 모를 이상한 말을 하는 그 어르신의 언행에 대하여 대꾸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늘 그렇게 말도 안되는 행동으로 사람들을 당황케 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시작합니다.

“여기가 천이었는데, 덮어서 길을 만들 것이여. 그것도 모르는 것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래요, 몰랐네요. 제가 이사오기 전에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죠”라고 답했다. 처음 이상한 이야기를 할 때 보다는 좀 덜 강압적인 말투였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꺼냅니다.

“동사무소 직원이 와서 이렇게 한겨. 여자 직원인데…..” 이렇게 길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뭔지 계속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서있던 자리에서 그냥 간단히 대답만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점점 그 어르신의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할 이야기도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이미 벼를 베어놓은 논 안쪽으로 갑니다.

아내가 타박을 합니다. “전에 그 할아버지와 손주에게 했던 것을 봤으면서도 그러냐? 해꾸지라고 하면 어떡할려고 그러냐?”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저런 분들은 앞에서 약한 척하면 더욱 드세게 나오는 습성이 있다. 물론 나도 강한 척 대들면 안되지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응대하면 된다. 존중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들어주고 내가 답할 수 있는 정도에서 답하면 된다. 싸우자는 것은 아니니깐.”

아무튼 몇번의 그 분의 행동을 봐왔던 바로는 그 분은 그 분이 아는 세상 안에 갇혀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마을에 들어선 아파트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과 열등감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10여년 동안 아파트 주민들과 감정적으로 부딪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고서 몇 번 보여주었던 언행이 그럴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아침의 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세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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