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에 대한 기억

By | 2022년 10월 30일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만 2년간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에서 살던 시절에 두번의 할로윈을 경험했다. 첫해는 그곳에 도착한지 채 두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두번째 해에는 아이들이 그곳 생활에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할로윈에 친구들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게 해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써놓은 글 중 일부를 발췌해 본다.

(전략)

저의 입장에서는 기독교국가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를 어떻게 보느냐하는 것은 저의 관심거리였습니다. 그간 지켜본 바로는 그냥 “하나의 문화”정도로 여기는 듯 합니다.

한국의 정월보름이 되면 불놀이를 비롯한 몇가지 풍습이 있습니다. 원래 이것의 기원도 모두 “귀신 쫓기”에서 비롯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예, 지신밟기) 우리 어렸을때를 생각해 보면 귀신과는 상관없이 밤늦게까지 불을 피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찰밥을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도 이곳의 아이들도 그런 듯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부모들이…뒤를 졸졸 따라다니며..이집저집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때론 가면과 코스튬을 한 부모들도 있습니다. 어떤 집에서는 귀신을 연상하게 하는 음악까지도 틀어놓습니 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많은 초코렛과 과자를 받는 날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 니다.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할로윈은 제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풍습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지금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될 때를 기다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 아이들은 그저 사탕을 얻으러 다니는 날 정도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찬이는 알렉스와 또 다른 친구 셋이서 무려 3시간동안 온 동네를 돌아서 가방으로 3개를 받아왔고, 주원이는 1시간 동안 가방 1개에 가득 담아가지고 왔습니다. 우려했던 불량식품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주원이가 친구와 헤어진 후 어둠속에서 잠시 길을 잃어서 물어물어..학교로 간 후에 다시 집으로 오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닐때면 이때를 이야기하며 “할로윈의 기원”에 대하여 설명해줄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알아서 할로윈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할로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자신들이 할로윈에 대하여 올바르게 판단하게 되리라 봅니다. 올해는 이미 친구들과 함께 할로윈때 사탕을 받으러 다닐려고 계획을 했기 때문에 몇가지 원칙을 세운 후에 허가를 해주었지만, 아마도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할로윈의 기원에 대하여 더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이를 즐기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후략)

핼리팩스이야기… 책자에서 일부를 인용함. (2002년 10월에 쓴 글)

한국에 돌아와서 특별히 할로윈에 대하여 언급할 시간조차 없이 시간들이 지나가 버렸고 어느덧 성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들들과 할로윈에 대한 대화를 할 일이 없어졌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하여 이런 저런 말이나 해석들이 없으면 한다. 그리고, 아까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위험한 요소들이 우리사회의 어느곳에 숨어있는지 늘 살피는 우리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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