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이냐? 의학전문대학원이냐?

By | 2010년 7월 16일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했던 일부대학(12개 대학)과 완전히 의전원으로 갔던 대학들이 의학교육 학제선택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짐작하건데, 병행대학들은 의과대학으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병행을 했던 이유가 의전원으로 가면서 얻는 혜택을 누리려는 생각에서 병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대학들이기 때문에 의과대학으로 되돌아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100% 의전원으로 간 대학들의 향후 선택문제입니다. 교과부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정책에 따르는 대학에서 몇가지 이익을 주겠다고 합니다. 과연 의과대학으로 가면서 이것을 포기할 수 있을 만한 이익인지 아니면 그것이 떡밥(?)이 되어서 의전원에 잔류하게 될 것인지 판단이 쉽지많은 않은 듯 합니다. 물론 학제 선택의 기준이 이 떡밥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할 것입니다.

제가 재직중인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도 앞으로 3번의 워크샵, 토론회, 교수회의를 개최하는 로드맵이 이미 발표되었습니다. 교수님들이 선호하는 것은 의과대학입니다만, 학제선택에서 놏지지 않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의전원 학제가 과연 실패한 제도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우린 이 문제를 너무 성급하게 결론 내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겨우 첫번째 졸업생이 나와서 인턴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제도가 실패했다도 단정짓는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둘째로, 이공계의 파괴입니다. 이공계의 몰락이 과연 의전원 때문일까?하는 것도 우리가 검증해봐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공계 몰락의 이유가 의전원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는 시각은 틀린 것일까요? 이공계의 몰락의 원인을 의전원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세째로, 만일에 대부분의 대학들이 의과대학을 선택한다면 의전원 제도하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의학도들의 위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각 대학들이 선택한 의전원 제도하에서 길러낸 의학도들의 역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2016년까지는 신입생이 들어오니… 2020년까지는 의전원 졸업생이 나올텐데… 그 10년의 역사는 각 의과대학들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각 의과대학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네째로, 의과대학이 의전원으로 가면서 대개는 절반정도의 재적수만 학부에 남고 절반은 없어졌습니다. 대신 대학원생수의 숫자가 의전원생 수 만큼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의과대학으로 되돌아 가는 경우에 없어진 의과대학 정원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국립대학의 경우 이것이 쉽지많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봅니다. 각 단과대학에서 정원수를 줄이면서 의과대학에 정원을 만들어 주는 문제는 학제 선택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로, 지금 의과대학으로 되돌아가려는 대학들의 교수님들은 과연 학생들(의예과생이던지, 의전원생이던지) 입장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선택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로, 의과대학으로 되돌아가는 경우에 이전의 납부금 제도로 환원될 것으로 보시는 교수님들이 꽤나 많습니다. 대학운영과 대학재정에 대해 조금만 살펴본다면,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곱째로, 지방국립대의 경우(지금 의전원인 부산대, 경북대, 전북대 등) 현재의 대학의 위치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의과대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옛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지역의학발전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지방특별전형이라고 본다면, 과연 의과대학 체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것인지도 분명히 연구해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의전원으로 계속 가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학제를 선택하던지 각 대학이나 교수님들은 나름대로 심사숙고를 한 후에 선택할 것입니다. 다만, 그 선택의 중심에서 “학생”이라는 소비자를 놓고서 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의전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의예과가 없어져서..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부생들, 그리고 앞으로 기회를 한번도 얻지 못할 사람들(의과대학에서 의전원으로 가면서 두번의 기회를 얻어 의전원에 들어온 사람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누군가는 기회를 박탈당해야 하는) 등을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의전원파니… 의과대학대파니.. 하는 분쟁을 만들자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해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와 있는 지금 의전원생들을 한번쯤은 생각하고 학제 결정에 참여하자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필리핀봉사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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