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를 만나다

By | 2013년 7월 26일

정읍에 위치한 새힘수련원, 그곳에서 고등부 수련회가 진행 중이다. 어젯밤에는 그곳을 방문했다. 고등부교사인 아내 대신 설거지를 돕기 위함이었다.

그곳 식당 입구에서 멍멍이 한마리를 만났다.

심심했는지 나와 금새 친해졌다. 순하게 생겼지만 장난을 좀 심하게 치면 성질도 부리려고 한다(어떻게 하면 성질을 돋구는지 잘 알고 있다). 사람이든지 동물이든지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그 첫인상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된다.

첫 인상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고, 때로는 선입관을 만들어내서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그 첫 인상의 느낌이 틀린 적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만남에 있어서 첫 인상이 그 만큼 내게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렸을 때 많은 개들을 키웠다. 개가 중간에 아프거나 죽거나, 또는 도망(아마도 누군가 훔쳐갔을 가능성이 높다)가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혹시 집안에 호랑이띠(범띠)가 있습니까? 호랑이띠가 있으면 개가 잘 안돼요(개가 오래살지 못한다는 뜻).”라고 말이다. 이 말은 호랑이띠인 내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어린나이에 나때문에 개가 잘 되지 않는다는 죄책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개들을 키웠다. 때론 머리가 좋은 놈도, 때론 정이 많은 놈도, 때론 삔질거리는 놈도, 때론 너무 충직해서 부담스러울 정도인 개도 키워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개들이 첫 인상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알기에 잘 키워보려고 노력했지만 늘 첫 인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성장을 하곤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어제 착하게 생긴 멍멍이를 만나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남았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보는 것이다.

2 thoughts on “멍멍이를 만나다

  1. 소연맘

    매순간순간 느낌을 적는다는거.. 느낌을 기억하려한다는거.. 교수님에게 남다른 섬세함이 있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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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운전을 한다거나 할 때는 어떤 주제가 생각이 났었는데…
      막상 도착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아직까지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언젠다는 이런 주제들도 떠오르지 않을때가 오겠지요.
      그 전에 한 주제라도 더 적어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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