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보는 베이비부머들…

By | 2013년 8월 9일

베이비부머, 지금 나이로 보면 5-60대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난 한국사람들, 그들은 625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했거나(기억들을 못할 수도) 전쟁의 폐허속에서 가난과 싸워야했던 세대들이다. 그들은 민족사에서 혹독한 가난과 전쟁의 공포속에서 살았던 세대들이다. 지금은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세대들이다. 그들은 어려서는 가난과 젊어서는 민주화를 위해 마음과 몸을 던진 사람들이다. (참고로, 베이비부머란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현재 인구의 15% 조금 못 미치는 숫자이다.)

그들의 피와 땀을 통해 이땅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그들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긍정한다. 또한,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이라는 이중고의 짐을 떠맡은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고령화 시대를 여는 세대인 만큼 자신의 노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세대이다. 어려운 과거를 살아왔지만, 앞으로도 험난한 인생의 시간들이 남아 있는 세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에서 만나는 베이비부머들의 모습은 결코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느덧 중형차이나 대형차를 몰고 다닌다. 가난한 사람도 차는 일단 큰 차를 운전하려고 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큰 차 = 부자”를 의미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차를 모는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문제는 그들의 운전습관이다. 가난과 싸워야 했고 경쟁에서는 지면 안되는 그런 세대이다. 지지 않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부지런해야 하고 거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남들을 이겨야 했던 세대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삶의 방식이 운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들의 운전이 잘못된 것은 운전경력이 짧거나 운전이 미숙해서가 아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그것이 운전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7-80대 할아버지들의 운전습관이 훨씬 더 나아 보인다.

솔직히 그들과 함께 도로를 사용하는 것이 같은 세대인 저로서도 매우 불편하고 불쾌할 때가 많다. 나의 편견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하는데 되돌아오는 답변은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일본은 마이카 시대가 우리보다 빨리 왔고, 그 시절 강력한 법으로 운전습관을 훈련시킨 탓에 일본의 베이비부머들의 운전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솔직히 난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들이 피땀흘려 이루어 놓은 국가의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우려스러운 한가지는 그런 베이비부머들의 운전습관이나 삶의 모습을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이 그대로 답습할까 두려운 것이다(실은 그런 우려는 현실에서도 이미 나타남). 또한 그들이 이루어 놓은 발전된 경제 위에 살아가는(기성세대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사는) 젊은 세대들로부터 지탄과 손가락질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것은 아닌지 많이 답답하다. (아래 사진은 이 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요즈음 차량 중에 “어르신이 운전 중”이라는 글을 붙이고 나는 것을 보고 그 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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