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제사 2

By | 2013년 8월 10일

작년부터 아버지 제사를 저희집에서 지냅니다. 그 이야기는 1년 전에 적은 바 있습니다[관련글 1, 2]. 제사상을 차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추모예배를 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형제들의 종교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희집에서 모실 때는 추모예배를 계획했었으나, 종교관이 다른 형제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하여 작년엔 제가 대표로 기도만 하고 형제들이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른 것은 작년엔 저희집에서 음식을 모두 준비했으나, 이번엔 딸들이 모두 준비를 해가지고 왔습니다. 큰 딸은 나물종류와 김치, 그리고 장어탕과 장어구이, 둘째딸은 떡과 소갈비, 네째딸은 잡채와 몇가지 부침종류를 예쁘게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집에선 준비한 것은 오직 밥과 과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릇과 밥상제공 정도였죠.

과일도 형님이 보내신 돈으로 샀고, 돈이 남아서 수제쿠키 전문점인 하펠(Happel, happy + smell)에서 다섯개를 포장해서 오신 식구들에게 하나씩 드렸습니다. 어머니, 형님, 큰 딸, 둘째 딸, 막내 모두 다섯식구에게 주었습니다. 남은 떡과 음식은 원하는 식구들이 조금씩 싸가지고 갔습니다.

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착해지는 것 같습니다. 워낙 착한 딸이었지만 갈수록 더 착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아내는 설거지 중입니다. 저는 음식찌거기와 몇몇 일을 도와 주고 나서 잊혀질 두려움에 또 이렇게 적어두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기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아이디어가 있는지에 대하여 말입니다. 일단 시편 112편 1-5절 말씀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기도를 못하게 되면 말씀이라도 읽자라고 말입니다.

음식을 다 차리고 나서 잠시 머뭇거리는 저를 보고 큰 매형이 말을 합니다. “김교수가 기도하지 그래”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시편 말씀을 읽고, 기도를 했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매형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마음 편하게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할렐루야,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 계명을 크게 즐거워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그 후손이 땅에서 강성함이여 정직자의 후대가 복이 있으리로다 부요와 재물이 그 집에 있음이여 그 의가 영원히 있으리로다 정직한 자에게는 흑암 중에 빛이 일어나나니 그는 어질고 자비하고 의로운 자로다 은혜를 베풀며 꾸이는 자는 잘 되나니 그 일을 공의로 하리로다(시편 112편 1~5절)

그리고 장자인 형님의 감사의 코멘트, 그리고 어머니의 말씀(자녀들 건강을 걱정하고 행복하게 살라는 조언)을 듣고 식사를 했습니다. 준비해 온 음식이 푸짐하여 다들 만족스럽게 먹고, 담소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제들이 잘 모이고, 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생전에 아버지가 원하셨던 모습들이 아닐까 합니다. 저희 형제들이라고 어찌 세상의 어려움이 없겠습니까만 나름대로 착하게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물론 형제들중에는 제사상을 차리고 거기에 절이라도 해야 기일을 맞이하는 자식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형제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식사모임처럼 모였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형제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불평없이 올해도 이렇게 제 생각을 잘 따라주어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버지는 이 땅에 계시지 않지만 영원한 천국에서 안식을 누리고 계실 것입니다. 천국에서 만날 그날까지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아버지 기일을 맞이하는 자식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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