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성적을 표현하는 방식은 몇가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하는 상대평가제도인 점수제와 평점제(A, B, C, D, F), 그리고 절대평가제도인 Pass or Fail방식 등이다. 의과대학은 전통적으로 점수제를 하고 있고, 최근에 많은 대학들이 평점제를 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엔 평점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우리 대학의 경우, 저 자신도 평점제를 반대한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쓰려고 한다).
아무튼 연세의대가 얼마전에 성적을 Pass or non-Pass(Fail이라는 표현보다는 훨씬 더 좋다)로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발표하였고 진행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대학에 따라서는 벤치마킹을 하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연세의대는 의학교육의 선두주자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턴이나 레지던트(수련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대학성적은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절대평가방식이 적용된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첫번째로 대두되고 있다. 어쩌면 이 제도를 도입을 원치 않는 대학들은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Pass or non-Pass의 절대평가가 아직 도입단계에 있기 때문에 많은 대학들이 연세의대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다만, “왜 연세의대는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가?”라는 배경에 대한 것을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검토없이 “귀찮아서” “복잡할 것 같아서” “문제점이 나타날까봐서” “기존의 방식이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등 여러가지 이유를 갖다댈 수 있겠지만 연세의대의 교육환경(학생, 교수, 대학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총괄하는)에서 왜 제도의 도입을 원하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대 의대가 절대평가 체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하고 의미 없는 경쟁을 극복하고 연구능력과 팀리더로서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함” 이다. 연세의대는 이 제도를 통해서
- 문제해결 능력과 실제 수행능력을 평가
- 대학이 설정한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
- 자기주도학습과 학생 상호간의 협동학습을 촉진
- 학생들의 잠재력, 창의력 및 다양성을 평가를 통해 모든 학생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는 학습환경과 학습문화 구축
등을 기대하고 있다.
연세의대의 입장은 이렇다.
- 전국 상위 0.1%에 속하는 우수한 의대생들에게 ABCDF로 상대평가 점수를 매기는 기존 학점제도가 의미가 없다.
- 학생들이 학점 따는 데 연연하기보다는 한국의 미래 및 세계 보건의료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필요하다.
연세의대의 이와 같은 발표는 말그대로 제목만 발표한 것이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절대평가의 실행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 평가를 구체화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 겉으로 보기에 ‘어~ 절대평가 하는가 보네~’ 정도로 치부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다.
연세의대가 이런 평가방법을 국내의과대학의 선두주자로서 발표한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수많은 과제들을 학교, 교수, 학생, 직원 등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절대평가를 하게된 배경의 본질을 제대로 얻기 위해서 말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의과대학이 이 제도를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학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는다면 좋을 듯 하다.
연세의대에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