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기를 살려 주세요.

By | 2011년 4월 15일

오늘 아는 분이 연구실에 들렸습니다. 보험을 하시는 분인데 가끔 들립니다. 캡슐커피를 대접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 중 “아내에게 꽉 잡혀서 사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고객 중 상당수가 아내에게 잡혀서 꼼짝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하면서 “교수님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라고 하네요.

어찌 알고…. ㅋㅋㅋㅋ

결혼하고 지금까지 잡혀서 살아본 적 없고, 잡으면서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물론 이것도 아내에게 물어와야 하는데 (제 입장과 다를 수 있어서 ㅋㅋ) 아마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꼭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한국의 남편들의 위상이 바닥에 추락한 시대에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분께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잠자리가 제대로 될까요?” 좀 드러내놓고 글을 쓰거나 말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사회에서 감히 이런 표현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 저에겐 매우 궁금한 사항입니다. 남편에 우위에 서려는 부인과 짜그라드는(?) 남편의 관계가 과연 온전할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부부는 동등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역할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피곤하고 지친 세상에서 배우자들이 서로 따슷한 마음으로 감싸주지 못한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전 회식자리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회식을 하다보면 꼭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8시반… 따르릉… “어, 곧 끝나”… 끝날리가 없죠…… 9시…. 따르릉….. “어… 거의 끝나가….” 글쎄요. 한국의 회식문화에서 9시는 초저녁이죠….. 9시 반… 따르릉…. “어..어… 알았어…곧 가…. 끊어!”…….

이런 분들을 보면 한마디 합니다. “집에 들어 가시죠”

왜 저렇게 닥달을 해댈까? 정말 궁금합니다. 회식이 있으면 당연히 조금 늦는 것이고… 중간에 전화를 하면 분위기도 어색해 지고 당사자도 애매한 분위기 형성되고….

자랑이 아닙니다만, 제 아내는 회식이 있을 때 절대로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새벽이 되어도 전화를 하지 않습니다. 회식이 있다는 사실만 말해 주면 됩니다. 왜 늦게 오냐… 왜 늦었냐…. 등 닥달을 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아무런 연락이 없이 집에 들오가지 않으면 문자가 오긴 합니다. “ㅇㄷ”(이거 “어디?”라고 아시죠?)… 그게 전부입니다. 답변을 이렇게 합니다. “ㅈㅅ 회식 ㅋ” (ㅈㅅ=죄송)..이게 전부입니다. 대개는 아침에 하루 일정을 말해주고 출근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설명이 필요없긴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전화는 안오지만 제가 먼저 문자를 잘 보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회식할 때 나온 음식을 찍어서 보냅니다. 그게 회던지… 고기던지…. 그 사진 한장에 모든 설명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고기가 익어가는 사진은….”나 저녁에 고기먹고 있고… 즐겁게..맛있게 먹고 있으니… 걱정마삼”…뭐 이런 뜻이죠. 그러면 문자가 하나 날라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드삼”….. 그리고 그 뒤로 문자도 전화도 없습니다. 11시던지… 12시던지… 새벽 1시던지…..

전 제가 남자라서가 아니고…. 제발 좀 남편들의 기를 팍팍 살려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남편들이 그간 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내들이 ‘원래 남자가 좀 모자르다’고 생각하시면 안될까 싶습니다. 사실 그런 측면도 있긴 합니다. 남편을 구박하고 깍아내리면…. 과연 아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자식 교육에 도움이 될까요? 제가 볼 때는…. 절대로 아닙니다.

남편의 기를 꺽고… 남편보다…더 위에 서려는 분들이 만일 이 글을 본다면 꼭 한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남편의 기를 살려 주세요.”라고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