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병원 임상과장 워크숍에 다녀와서

By | 2014년 1월 13일

전날 교회에서 120문도 기도시간에 마신(기침 때문에 권사님 한분이 주셔서 모르고 그냥 마셔버림) 녹차로 인해 밤새 잠을 설치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를 터미널에 바래다 주고, 잠시 집에 와서 짐을 챙겨서 워크숍 장소인 담양리조트로 갔다. 순창을 거쳐가는 국도를 선택했고 가는 길이 막히지 않고 참 좋았다. 순창에서 담양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메타스콰이어의 길이다. 겨울의 메타스콰이어도 괜찮아 보인다.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맥북에어와 프로젝터 호환을 점검하고, 무선 마이크를 설치했다. 아무래도 마이크를 들고 하는 것 보다는 헤드셋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은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갔다. 좀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강의자인 내가 편해야 하니깐 그렇게 한 것이다.

한시간 정도 진행을 했고, 예수병원 과장님들이 졸지 않고 경청해 주었다. 불을 다 끈데다가 전날 늦게 잠자리에 들었을테고, 또 아침에는 등산까지 다녀온 터라 많이들 졸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강의자를 배려하시려고 졸지 않고 경청해 주셨다.

제목은 무제(無題)였지만 실제 주제는 “내 삶을 나누기(Sharing my life)”였다. 말이 예쁘게 표현되어서 그렇지 내 삶을 나누는 일은 잘못하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결과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더구나 두 아들과 아내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득한 강연이라 더욱이 조심스러웠다.

아이폰으로 녹음을 해놓았다. 다 들어보진 못하고 군데군데 들어 봤는데 맘에 들지 않는다. 내 목소리의 톤과 속도가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말이 느리다(그런데 왜 강의평가에서는 내 말이 빠르다는 피드백이 많은 것일까?). 원고대신에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줄거리를 정리했고, 그 순서대로 나열하면서 이야기를 해나갔다. 물론 제목은 빠지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처음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야기의 핵심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나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전달되었을 수도 있어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 “자랑”을 하려는 것 보다는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것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나름대로 일주일간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역시 나는 말의 재주가 없는 듯 하다. 지금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사람들 앞에서면 두렵고 떨리다.

일주일간을 고민했지만 역시 내가 구상하는 그런 대본중심의 강연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미숙했다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청중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탁자에 둘러 앉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무튼 특별한 것 없는 저를 강사로 초청해준 병원 진행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2 thoughts on “예수병원 임상과장 워크숍에 다녀와서

  1. 유진우

    ㅎㅎ, 김교수님이 듣기에는 느린데 전북 사람들이 듣기엔 빠른 것 아닐까요? 저는 전주 4년 살았지만 속도가 많이 느려졌죠. 집사람(진안 출신)을 병원에서 만나 결혼했는데, 함께 사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저도 일반 광주, 전남 사람보다는 느린 말씨가 계속 유지됩니다. 집사람은 오히려 광주 사투리도 많이 늘었죠.

    Reply
    1. 김형태 Post author

      네. 저도 처음 왔을 때 노교수님께서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으셨어요.
      말이 하도 빨라서요.
      그런데 점점 느려진거죠…
      5~6년이 지나자 그 교수님께서 “김선생도 말 많이 느려졌네”라고 하셨어요. ㅋㅋ

      지금 의전원 학생 중 70%는 외부학생들이서…
      제 말이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강의평가에 보면…. 말이 빠르다고 해요.
      물론 흥분하면 전라도(남도) 사투리와 함께 말이 빨라지는 경향은 있지만요.
      아무튼 녹음된 목소리는 너무 느리더라구요.
      전날 잠을 설친 탓도 있을 것 같긴한데 말입니다.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