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방향으로 못걷는 사회

By | 2014년 3월 17일

좁은 땅에 만들어진 수많은 좁은 길이 많은 우리나라. 길은 좁고 사람은 많으니 서로가 조심하지 않으면 부딪히게 되어 있다. 두명, 세명, 네명, 여럿이 걸을 때 보면 횡으로 걸으며 간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사람이 오면 횡방향에서 종방향으로 바꾸어야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이상하리 만큼 비껴서질 않는다. 겨우 옹색스럽게 비껴지나야 하는 경우가 참 많다.

문제는 사람이 많은 쪽에서는 절대로 먼저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숫자가(실은 대가리 숫자라로 쓰고 싶었음) 많은 사람들은 은근히 숫자로 우월감을 가진 듯 한 모습을 자주 본다. 이것은 아파트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개그콘서트의 황현희씨가 있었다면 “도대체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걸까요?”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종으로 걷는 것을 잘 못한다. 계속 종방향으로 걸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걷다가 반대쪽이나 뒤에서 사람이 오면 종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잘 안된다는 말이다.

10여년 전에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살던 시절, 유치원 아이들에게 허리에 줄을 매고 종으로 걷는 연습을 시키던 모습을 자꾸 떠올린다. 정말 훈련이 안되어 있는 사회,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회, 뭔가 비껴주면 자신이 손해 보거나 진다고 생각하는 사회, 대가리 수가 많으면 뭔가 우월감을 가지는 사회, 이런 사회가 오늘날 세계경제대국 13위인 우리의 현실이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위 사진은 글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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