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사진 한장

By | 2014년 3월 19일

이 사진은 중학교때 소풍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2학년 또는 3학년 때 찍은 것이다. 몇년전에 작고하신 정영옥선생님과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과학을 담당하셨던 선생님은 과학지식 이상의 많은 것들을 내게 가르쳐 주셨다.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지도해 주셨다. 동아리 이름은 “등불“이었다. ‘세상의 빛을 밝히는 삶을 살자’는 의미였다. 나는 동아리 활동내용을 기록하는 노트를 등사기로 인쇄를 해서 묶었다. 동아리는 독서토론을 비롯하여 등산도 하면서 의견들도 나누고 어떤 사물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토론도 하였다. 당시에 중학교에서의 동아리 활동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들이나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였었다.

선생님은 내게 많은 개인적 지도를 해주셨는데, 그 중 하나는 학습법이었다. 예를 들어 사회를 공부한다고 하면 2개 챕터를 공부하면 각 챕터를 노트에 정리를 하면 2장 정도로 정리가 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한 페이지 정도로 줄어든다. 이것을 다시 요약하면 몇 줄로 요약이 된다. 그러면 요약된 내용을 읽으면 그 전 요약 전의 내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내용을 다시 상기하면 2장으로 요약되었던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이것을 다시 생각하면 책 전체가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모든 과목을 이렇게 학습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학습한 내용은 내 머릿속에서 늘 정리가 되어 있었다. 중학교 2, 3학년때는 이렇게 학습을 했으나 고등학교에 들어와 영어와 수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학습을 더 이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습법은 머릿속에 복잡하지 않았던 시절엔 분명히 강력한 학습방법이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은 “생각하며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어찌보면 중학교시절의 수준으로 내게는 힘든 내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늘 그렇게 가르치셨다. 선생님께서는 제게 “지정의(知情意)”에 대하여서 알려주셨다. 지금의 내 삶의 모토인 “지정의의 균형잡힌 삶”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키가 작아서 “쬐깨(‘작은 이’를 뜻하는 진도 방언)”라는 별명을 가지셨던 선생님은 육지로 발령이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 두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안학교와 같은 학교 설립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간 후 선생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트랙터로 밭을 갈고, 소를 키우시던 선생님을 그 뒤로 뵙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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