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을 배우는 두 아들 때문에

By | 2014년 5월 24일

나의 두 아들은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두 아들이 의학을 공부함으로 인한 영향은 내게 다음과 같다.

  • 의전원입시로 전환이후에 좁아진 의대입시로 인해 나는 수많은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세상살아가는 모습이 단순한 나에게 의대입시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 두 아들이 의대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입시전문가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입시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부모들처럼 입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지도 못했다. 그냥 결과만 보고 내 모습이 포장되었을 뿐이다.
  • 의예과 2년, 의학과(본과) 4년 모두 6년을 다녀야 하는 이유로 나는 등록금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등록금은 내가 내주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빌리고 두 아들이 갚기로 했다. 따라서 나는 준비만 한다. 내주는 것이 아니다.
  •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우리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들들의 생각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에 대한 태도가 너그러워졌다고 볼 수는 없고, 더 엄격해졌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저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다.
  • 내가 가르치는 과목 뿐만 아니라 의예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 커졌다. 특히 의예과 문제는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부분이긴 한데 두 아들로 인해서 의예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하여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아들들과 대화의 소재가 더욱 풍성해졌다. 사용하는 용어들도 빠르게 통한다. 즉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동질감이 대화를 더욱 쉽게 하게 만든다.
  • 바쁜 두 아들로 인해 나와 아내가 더 바빠졌다. 그것이 부모의 즐거움이긴 하겠지만 아무튼 토요일은 아들들을 위한 시간들이다. 졸업하면 이런 삶의 패턴은 바뀌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패턴의 삶을 살고 있다.
  • 의사들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더 깊게 하게 되었다. 직업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생각들이다. 그만큼 배웠으니 그만큼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글을 남겨두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학교다닐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는지에 대한 나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들들에게 어떤 의사가 되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다만,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을 할 뿐이다. 그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고, 나는 더 이상 보호자가 아니다. 그저 후원자일 뿐이다. 그들이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 말이다.

두 아들에게 필요한 질문 한가지는 “왜 의학을 공부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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