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원광의대 강의를 마치며

By | 2014년 8월 29일

몇주전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맡게 된 원광의대 의예과 소화계통과 내분비계통의 강의, 그 강의의 많은 부분을 마쳤다. 소화계통 6회(2시간 x 6회 = 12시간) 중 5회를 마쳤고, 내분비계통 3회(2시간x3회) 중 1회를 마쳤다. 다음주 월요일과 화요일의 강의만 마치면 된다. 다행히도 전북대 강의와 겹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원광의대의 교육과정은 통합교육방식이다. 학습목표집에 따라 강의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미리 보냈고,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강의가 시작되었다. 나는 학생들이 1주일 정도의 총론강의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수업이 2학기 첫수업이었고, 월요일이 개강날이었던 것이다.

주어진 강의안을 축소해서 강의하고, 총론에 해당되는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하는데 힘을 썼다. 문제는 나의 체력이었다. 한시간 가량을 달려서 가야하고, 강의를 마친 후에 다시 한시간 가량을 와야 한다. 또한 강의자료에 없는 내용들을 끄집어 내와서 설명을 해야 하니 당연히 에너지가 몇배가 더 소요된다.

학생들도 지금의 교육과정으로 의학에 입문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듯 하다. 즉, 준비없이 의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와 학생이 함께 노력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

현재 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상위 0.1%안에 있는 학생들이다. 젊고 머리도 좋다. 따라서 다소 어려운 수업을 따라온다. 그러기에 총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학습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조금은 힘들 수 있으나, 학생들은 스스로 의학지식을 통합하게 될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눈빛이 분명히 달라졌다. 그 부분이 교수인 나로 하여금 흥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태도의 변화이다. 의예과 1년반을 거의 놀다시피 지내온 시간에 비하여 새학기의 한주간은 학생들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의예과 2학년의 강의실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내가 강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천장에 매달린 프로젝터에 나의 맥북을 직접 연결해서 써야 한다. 물론 나만 그렇게 한다. 다른 교수들은 전자탁자에 있는 컴퓨터에 USB를 꼽아서 파워포인트를 구동하면 된다. 나는 파워포인트를 쓰지 않는다. 키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불편하게 연결을 해서 써야 한다.

현재 의예과 2학년의 구성은 조금은 복잡하다. 복학생, 편입생, 전과생, 등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작년, 2년 연속 의사국가고사 수석을 차지한 원광의대이다. 작년부터 새롭게 바뀐 교육과정에 기초의학총론 부분을 좀 더 강화하여 학생들이 바로 통합강의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은 의사들을 배출하는 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늘 새롭게 만나는 의대생들에게 이야기 한다.

“좋은 강의는 교수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교수와 학생, 행정적 지원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좋은 강의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또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내가 여러분 보다 능력이 뛰어나서 여러분 앞에서 여러분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세상에 태어나서 먼저 의학을 배웠기 때문에 여러분을 가르치는 것이다. 개인적 능력으로 본다면 나보다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 나중에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은 내게 배우지만, 나중에는 여러분의 지식이 나보다 훨씬 더 커져서 나를 가르치게 될 때가 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나의 진심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맡게 된 원광의대의 강의가 다음주 화요일이면 마무리가 된다. 잘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2 thoughts on “5일간의 원광의대 강의를 마치며

  1. 모네81

    선생님의 열정과 교육철학이 학생들에게 진정성있게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가치와 생활이 제게 여러면에서 귀감이 됩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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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의예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대초반의 시간을 의예과에서 보내는데…
      제대로된 가이드없이 아이들이 선배들의 말도 안되는 조언(?)에 따라…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해부학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어떤 의과대학에 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죠.

      넉넉한 한가위 추석이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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