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의 뒷끝

By | 2014년 9월 9일

오늘 네이버 첫화면 광고에 “도미노피자”가 사고를 쳤다. 광고카피가 이렇다.

시월드 탈출기념, 하루라도 편하게“라고 말이다.

광고는 오래가지 않고 바로 내려서 많은 분들이 보질 못했겠지만, 벌써 캡쳐된 화면이 각종 카페에 올라오고 있다. 또 며느리 블로거들도 앞다투어 시월드탈출기(?)를 올려놓는다. 아이들의 사진을 첫화면에 걸어둔 블로거들의 시월드탈출기는 “자식”과 “부모”가 서로 대비되어 왠지 씁쓸함을 가져온다. 한국의 며느리들이 고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여자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명절때 마다 이렇게 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왜 시월드에서는 탈출해야 하는가? 만일에 남편들이 “처가댁 탈출기”를 쓴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물론 우리사회의 문화의 특성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요즈음은 인터넷뉴스나 업체의 광고에서 그런 내용을 올려서 자극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비지니스에 놀아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시댁을 적대시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이미 가치가 없는 사회이다. 우리 스스로 가치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서는 안된다. 서로의 생각차이와 가족 구성의 변화 등 많은 변화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명절을 꼭 사수(?)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의견들이 인터넷을 떠돌지만, 너무나 다양한 배경들이라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두가지를 제안을 하고 싶다.

명절 앞뒤 주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의 이해와 양해가 필요하다. “다른 집 자식들은 명절에 다 오는데, 왜 니들은 명절에 오지 않으려고 하냐?”라고 말하는 순간 이 방법은 수포로 돌아간다. 절대적으로 부모님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벌초를 위해 명절 앞주말은 고속도로가 복잡하다. 따라서 명절뒤에 찾아가는 방법도 고려하면 좋다. 명절에는 가까이 있는 시댁이나 처가를, 앞 뒤 주말에는 멀리 있는 시댁이나 처가를 찾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모와 다른 형제들도 함께 시간을 조정해 보면 좋다. 그러면 먼저 시댁갔다가 오는 시누이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명절을 힘들지 않게 보내는 방법은 집을 나서야 한다. 맨날 집안에서 TV보고, 음식만들어먹는 것이 전부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신이 살던 시골도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많다. 오히려 외지사람들은 와서 구경하는데 정작 고향인 사람들은 귀향에서도 방구석에만 있다가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우기 집안에서 모두 먹고 마시고 있으니 며느리의 손에는 물이 마를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냥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 명절을 보내는 것 보다는 가족과 함꼐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까운 곳의 여행을 권한다.

이 두가지를 제안하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들도 많다. 1년에 한두번인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조율하는 것 보다 그냥 참고 복잡한 도로를 달려보자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이 며느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명절은 온 가족이 평안하고 기뻐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가 불행해야 한다면 그것은 명절이라고 볼 수 없다. 없는 것 보다 못하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의 며느리들도 생각을 바꾸어 한다. “꼭 해야 한다면 즐겨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그렇게 찾아갈 수 있는 시댁이 있다는 것을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때로는 시부모가 상식적이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준 것만으로 감사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또한 남편들도 아내를 도와주어야 한다. 아내를 부엌때기로 전락시키지 말고, 시골에 가는 것이 기쁜 일이 될 수 있도록(절대로 부담감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해야 한다. 자신도 먼거리를 운전하느라 고생을 한다고 생각되지만, 며느리들은 육체적 노동 이외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도 해보자고 제안한다. 자신들의 자식에게 하는 것 십분의 일만 부모에게 한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더 작게 보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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