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살게 된지 어느덧 19년째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이다. 그런데 한번도 제대로 한옥마을을 돌아다보질 못했었다. 지난 봄에 아내와 처음으로 한옥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경기전과 전동성당은 외부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잠시 들은 적은 있었지만, 한옥마을을 구석구석 보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추석날인 어제 저녁에 작은 아들과 함께 돌아다녔다. 수많은 인파들은 chaos를 만들어냈고, 이미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한옥마을의 길거리는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인사동과 뭐가 다른가?”라는 질문이 튀어 나왔다.
서울의 북촌한옥마을보다 더 도시적(?)이 되어버린 전주한옥마을은 내가 느껴보기 전에 이미 상업지구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지난번 아내와 함께 골목을 누비며 향교까지 걸어간 기억이 한옥마을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소핑몰은 그나마 이해가 가지만 수많은 먹거리 상점들로 즐비한 거리들은 좁은 골목을 누비며 처마밑에서 느껴보는 편안함이 없다.
그동안 전주시는 한옥마을이 경제활성책이 되는 것 처럼 투자를 해 왔다. 무분별한 개발이 전주의 느낌을 사라지게 했다. 하루 만명이 찾는다며 광고를 하는 사이에 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물론 투자의 결과로 넓은 주차장이나, 풍남문과 전동사이의 건물들 대신에 휴식공간이 생기거나, 도로들을 정비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 등을 만든 것은 잘 한 일이다.
왜 한옥마을을 찾는 것을까? 교동 떡갈비를 먹기 위해서? 한옥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인터넷에 맛집으로 떠오르는 상점 앞에 줄을 서서 먹기 위해서? 아니면 전주한옥마을에 왔다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기 위해서? 어젯밤 슈퍼문이 떠올랐다. 한옥 기와지붕 위에 떠있는 보름달을 느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전주한옥마을은 더 이상 한옥마을이 아니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야 한다.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우리의 후손들이 한옥마을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잘 보전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먼 길 달려서 온 외지의 관광객들 마음속에 전주한옥마을은 어떻게 기억될까?
한옥마을의 활성화는 얻는 것과 잃는 것, 모두 존재한다. 나는 얻는 것 보다 잃지 않는 것을 택했으면 한다. 바라기는 옛 조상들이 살았던 모습속에서 현재의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조금씩 꿈꾸어 갈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이 더욱 풍성해지는 삶의 시간을 얻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