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By | 2013년 8월 26일

언젠가 “배려“라는 글에 잠깐 이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다. 우리집 화장실엔 수건걸이가 있다. 늘상 사용하는 수건은 왼쪽편에 펼친 상태로 걸쳐있다. 가운데 빈 공간은 샤워를 하러 욕조(조금 오래된 아파트라 아직도 욕조가 있다)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건을 걸어둔다. 여기에 걸어놓지 않으면 수건이 있는 선반까지 어렵게 팔을 뻗쳐서 수건을 꺼내거나 젖은 상태로 바닥에 발을 내딛어야 한다. 우리집 화장실은 건식(dry)으로 사용한다. 바닥이 축축하거나 물기가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건걸이에 수건을 걸어놓고 욕조에 들어가야 한다. 아내는 내가 샤워하러 들어가기전 꼭 수건걸이에 수건을 걸어놓는다. 1/3로 접힌 상태(선반에 있을 때는 1/9 상태로 접혀 있다)로 사진처럼 걸어둔다. 수건을 걸어두는 걸 깜빡하는 나로선 정말 고마울 일이다. 물론 요즈음은 샤워전에 수건을 걸어두는 습관이 조금은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잊어버린다. 아내는 중간에라도 들어와 (욕조에 커텐이 있음으로) 수건을 걸어두곤 한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 타도시에서 살게 되면서 생긴 습관이 바로 내가 이 수건걸이에 수건을 걸어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들들이 살 때도 간혹 수건을 걸어두긴 했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아내의 몫이었다. 아무튼 요즈음은 내가 먼저 샤워를 마친 후에 수건을 사용하고 나면 사진처럼 저렇게 걸어둔다. 나보다 나중에 샤워를 하는 아내를 위한 작은 배려이다. 물론 아내가 먼저 샤워를 하는 경우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오늘 아침에 샤워를 하고 커텐을 열면서 ‘이거 사진에 남겨야지’하는 마음이 생겨서 하나를 남겨 둔다. 별 것 아닌 이 작은 배려가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말이다.

2 thoughts on “수건

  1. 모네81

    구성원간의 세심한 배려나 관심은 비록 소소한 것일지라도 감동의 마법 효과가 있는 듯해요. 제 경험으로는 배려나 관심 못지않게 센스가 뒷받침되어야 더욱 효과가 배가가 되구요.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배려를 감사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선생님의 마인드가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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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태 Post author

      모네81님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센스있는 배려”와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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