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의 아파트에서 18년간 살고 있다. 전주로 이사오면서 왔던 아파트에 그냥 살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 이사를 하긴 했지만 아무튼 동일한 아파트이다. 아파트가 좀 낡아서 겨울이 좀 춥긴 하지만 아파트 단지내에 나무도 많고, 교회도 가까운 탓에 그냥 살고 있다. 여기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갔음에도 오래전부터 살던 사람들은 얼굴이 익숙하다.
그런 익숙한 얼굴 중에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노부부가 있다. 아저씨는 부인을 꼭 뒤에 태우고 다닌다. 아줌마는 아저씨의 허리를 꼭 잡고 뒤에 탄다. 그런데 그 부부는 늘 웃으며 이야기를 하면서 간다. 아저씨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주 다정하게 웃음띈 얼굴로 대화를 하며 가는 것이다.
어제도 9동 뒤쪽길로 약간의 오르막길을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올라오는 노부부를 오늘은 카메라에 담으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그런데 노부부는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저멀리 가버렸다. 그래서 멀치감치 가버리는 자전거의 뒷모습만 멀리서나마 찍었다.
추운 겨울 자전거를 타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그 부부는 늘 그렇게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다닌다. 부유해 보이지는 않지만 행복을 가득 실은 자전거는 우리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