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8] 처음보는 미국인

By | 2014년 9월 14일

미국인 썸네일초등학교 3학년 추석 전날 오후 늦게 우리집에 한 미국인이 방문하였다. 당시 외항선을 타던 6촌 형이 추석을 맞아 고향에 오면서 함께 온 것이다. 미국인이 우리집에 왔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었나 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집으로 몰려들었다. 담장이 있었던 집이라 집안으로 들어오진 않았고, 모두 담장 밖에서 고개를 기웃거리며 집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너도 나도 앞다투어 집안을 들여다 보느라 몇시간동안 시끌벅적했다.

추석이라 날씨가 더웠던 탓에 방문이 열려있어 마루를 통해 온 집안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친구를 데려온 6촌 형이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 미국인은 그런 상황에 대하여 과연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혹시 동물원 원숭이가 된 느낌을 아니었을까?

외지인이 처음 마을에 와도 이야기꺼리가 되던 시절에, 미국인을 봤으니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아마도 짐작이 갈 듯 하다. 우리마을이 생긴 이후로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었던 셈이다.

아무튼 그 미국인은 우리집에서 저녁식사도 하고, 또 중학교 1학년이었던 큰 누나에게 영어책을 읽어보게 하고 발음도 수정해주는 등 한참동안 놀다가 6촌형과 함께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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