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9] 어느 잡종견의 추억

By | 2014년 9월 14일

진도에는 진돗개(진도개가 아니라 진돗개가 맞고, 진도깨라고 발음함)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 진도에는 진돗개 말고도 많은 종류의 개들이 혼재해 있었다. 그러나 70년대 말 이후에 노란 것(황구, 黄狗)과 흰 것(백구, 白狗)만 순종으로 인정하여 나머지 진돗개(예를들어, 흑구와 같은)들과 타 종류의 개들의 사육이 금지되었다.

진돗개는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해 보호받고 있고, 1967년에 “한국진돗개보존육성법”이 제정되어 혈통이 보존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해도 진도에는 다른 종류의 개들도 있었다. 당시에 우리집에는 스피치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느날 학교에 다녀오니 개 한마리가 집에 묶여 있었다. 머리는 불독같이 생겼는데 몸뚱아리는 스피치같고, 다리는 발바리 같았다. 몇 종류의 개가 섞인 말그대로 잡종견이었다. 어디서 정말 못난 개 한마리가 온 셈이다. 어머니는 어느 제약회사 직원(우리집이 약방이니 약을 주문받으러 오거나 가져다 주거나 하기 위해서 온)이 팔고 갔다고 설명해 주셨다. 이유는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키우기가 힘들어서 파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 개는 밥을 한 세수대야씩 먹어치웠다. 1주일 가량 지났을까? 처음에 나를 경계하던 그 개는 차츰 나와 친해졌고, 목줄을 걸어서 동네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개는 마을의 다른 개를 보면 무조건 덤벼들었다. 어린 내가 잡아당겨도 막무가내였다. 당시에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나를 끌고 갈 정도였다. 문제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사나운 개가 사는 집을 지날 때였다.

그 개는 계속해서 새끼를 낳는 흰색 암캐(백구)였고, 우리 동네 개 중의 왕이었다. 모든 개는 그 개 앞에서 꼬리를 내려버린다. 새끼를 자주 낳으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장 사나운 개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개와 마딱뜨린 것이다. 목걸이에 건 줄을 내가 붙잡고 있는 상황에서 잡종견은 그 암캐에게 덤벼들었다. 아무리 말릴려고 해도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게임은 채 2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암캐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잡종견이 우리 동네의 개왕이 되는 순간이었다. 2달 이상 그렇게 살던 잡종견이 어느날 학교에 다녀오니 보이질 않았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그 제약회사 직원에게 다시 되팔아 버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란다. 당시에 시골에서 약방을 했던 우리집은 가난하지 않았다. 그런데 밥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개왕을 팔아버린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는 새끼를 많이 낳는 그 암캐가 다시 개왕이 되었다. 1인자가 없어졌으니 2인자가 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질 못했다. 우체국장집에서 새로운 수캐를 사왔는데 그 수캐는 전형적인 사냥개 스타일의 황구 진돗개였다. 그 황구가 이후에 개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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