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14] 아이스께끼

By | 2014년 9월 15일

무더운 여름, 지금보다 더 무더웠던 시절엔 역시 우물가에서 하는 등물과 저수지에서 수영하는 것, 그리고 시원한 수박이나 수박화채가 여름을 잊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그 시절에도 여름이 되면 기다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아이스께끼 장수”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문구점 앞에 폭이 좁고 길다랗고 위에 무거운 드라이아이스를 담은 고무주머니로 덮은 아이스박스통이 설치되었지만, 그 전만 해도 아이스크림은 아이스께끼 장수가 와야만 사먹을 수 있었다.

“아이스~께~~끼~!”를 외치는 소리와 함께 온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손에는 헌고무신이며 빈병, 쇠붙이 등을 들고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생이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때 어린아이 눈으로 봐선 아저씨였지만 말이다. 물론 그런 젊은 아저씨들도 있었지만, 나이가 많이 든 아저씨들도 있었다.

현금을 주고 사먹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어디서 주어왔는지도 모를 고물들을 가져왔다. 때론 안되는 물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되는 것과 안되는 물건을 정확하게 분류하고 있었다. 읍내에서 관재(지금은 진도터널이 뚫린 바로 그 산을 넘는 높은 고개이다)를 넘어 오는 일은 쉽지 않았을텐데 무거운 나무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매고 온 아저씨는 열심히 아이스꼐끼를 팔았다.

집에 갈 때 쯤이 되면 여러가지 고물들을 들쳐매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야 했던 모습은 당시 아이였던 내 눈에도 안타깝게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번돈으로 다음학기 등록금도 내고, 자식들 교육도 기키고 했을 것이다. 언젠가 수퍼마켓에서 아이스께끼와 비슷한 모양의 아이스바를 사먹어 봤는데 그 때의 아이스께끼의 맛은 아니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