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였을까? 이때는 둔전리를 떠나 금골리로 이사를 간 후에 있었던 일이다. 학교에 매우 잘 생긴 남자선생님이 오셨는데, 그 아내도 선생님이셨다. 내 기억으로 우리학교에서 만나서 결혼을 했던 것 같지는 않고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학교로 전근을 온 것 같다.
그 선생님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학교와 우리집 사이에 있는 어느 집에서 살았다. 전세를 살았는지 집을 샀는지 알 수는 없다. 아무튼 그 아내선생님도 매우 미녀였다. 어릴 때 눈으로 미남과 미녀 선생님이 부부였던 셈이다.
두 선생님은 모두 학교에서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에게 잘 해주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밤에 그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아내를 마구 때렸다. 그 남자 선생님이 술을 마시면 그렇게 아내를 때렸다. 그 집에 부모가 살고 있었지만 제대로 말리지 않았다. 에쁜 여자선생님은 그렇게 맞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얼마되지 않아 남자선생님은 인근 학교로 발령을 받아서 갔다. 아마도 부부를 떼어놓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당시에 교통편이 불편했기 때문에 주말부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그러나 주말에 남편의 폭력은 계속 반복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왜 부모들이 말리지 않는지, 말려도 소용없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여자선생님이 잘못을 저질러서 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잘못했다고 해도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엄연한 범법행위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아내를 때리는 남편들이 있었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은 내게는 꽤나 큰 충격적인 일이었다. 가정폭력은 교육의 정도나 재산의 정도, 사회적 직위에 상관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조금 더 성장한 후에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남자선생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